▲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박준영
막상 집회를 열기로 하니,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노란 리본과 배지를 받아오고, 집회를 위한 현수막을 준비했습니다. 아일랜드 한인 커뮤니티에 공지하여 참석자들을 모았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집회에 함께했고, 노란리본을 나눠 가졌습니다. 이후 이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몇 차례 리본 나눔을 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활동을 시작한 김기림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취지는 좋지만, 우리나라의 아프고 창피한 모습을 굳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기림씨에게 정작 부끄러운 건, 이런 참사 앞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김기림씨는 집회 참석 공지를 하며,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가족, 모두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이야기' 였습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 그저 운이 좋다고 여기며 외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문구는 우리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라 생각했습니다.
김기림씨는 우연한 기회에 아일랜드에서 2주기 추모 집회 참석자 중 한 명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먼 타국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김기림씨는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문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막상 유가족을 만나고 나니,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의 책임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김기림씨와 함께 아일랜드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했던 활동가들과 새로 만난 활동가들이 모여 2018년 1월에 '아일랜드 촛불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세미나 등을 열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아일랜드 촛불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아일랜드 촛불행동'과 같은 모임이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