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4천' 변호사의 바람, "변호사 천명씩만 나왔으면"

[WHY로스쿨? WHY로스쿨정상화? ⑦] '비정상 변호사들' 인터뷰를 마치며 (1)

등록 2019.03.13 21:27수정 2019.03.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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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섯 명의 변호사들을 만나보았다. 변호사 수임료를 지키겠다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도 있었고, 로스쿨이라는 나무를 심어놓고 물도 안 주다 나무가 시들자 그거 보라며 비난하면 어떡하느냐는 변호사도 있었다. 

로스쿨을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실망했다고 직접 표현하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변호사가 기간제교사 하는 것이 로스쿨형 변호사의 모습이라는 변호사도 있었다. 로스쿨이 무너지면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변호사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염두에 둔 로스쿨의 졸업시험 기준과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인위적인 통제의 문제를 꼬집는 변호사가 있었다.  

[WHY로스쿨? WHY로스쿨정상화]
김정환 변호사 "수임료 지키겠다고 합격률 통제해선 안돼" 
류하경 변호사 "나는 왜 로스쿨 개혁운동에 나서게 되었는가"
오현정 변호사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에게 실망했다" 
박종훈 변호사 "왜 변호사가 기간제 교사하냐고 많이 물어본다"  
오원섭 변호사 "로스쿨 무너지면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도 피해" 
반희성 변호사 "로스쿨 졸업시험 기준이 비정상" 

기자는 이들을 '비정상 변호사들'이라고 명명했다. 그것은 이미 변호사 진입장벽을 넘은 그들이 로스쿨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정상화되어 지금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뷰 대상자인 이들 대부분은 그 타이틀을 불편해했다. 변호사의 수, 로스쿨 제도 등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은 각기 존중받아 마땅하거늘 왜 그런 구분을 하느냐는 것. 하지만 기자는 고집을 부렸다. 적어도 '양적 측면'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면 이들은 소수로서 비정상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밥그릇' 지키고 싶은 기득권 변호사들   
 

지난해 1월의 서울변호사회 선거에서 한 변호사 후보는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강조했다. ⓒ 이율 변호사 공보물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 변호사는 독특한 공보물을 선보였다. 거기엔 '지켜내고, 채우고, 키우겠습니다'란 제목과 함께 밥 한 공기가 사진을 가득 채웠다. 그 후보는 사진과 관련해 '배고픈 변호사보다 무서운 맹수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변호사업계의 불황을 강조하면서, 변호사 개개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경제난 속에서 변호사가 일으킬 수 있는 사회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공익이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보물이 등장한 것, 그리고 해당 공보물이 큰 호응을 얻었다는 후문을 볼 때, 현직 변호사들 중 상당수가 '신규 변호사 배출'에 매우 민감하며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위기의식이 과연 신규 변호사 배출을 막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정 자격을 갖춘 변호사의 수가 늘면 늘수록 국민에게 이익이 되면 되지 불리하지는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변호사들이 '위기 의식'을 느낀다고 정말 변호사업계를 '위기'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점이다(관련기사: '변호사 2만 명 시대'는 정말 재앙인가). 또 폐업에 이르는 변호사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기초자치단체에서 변호사를 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자리들은 미달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이 말하는 위기의식이란 변호사의 생존권, 즉 '밥그릇'만이 아니라 혹시 '기득권의 위기', '특권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벼농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 유튜버는, 복면을 쓰고 영상에 등장에 자신을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변호사의 수입 등에 대해 솔직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그에 따르면 대형 로펌의 신입 1년차 변호사의 연봉은 1억5천 정도다. ⓒ 유튜버벼농사(https://youtu.be/lo09Llk_2ss)

 
우리 사회에서 아직 변호사는 '돈 많이 버는 직업'으로 인식된다. 대형로펌의 현직 변호사라는 유튜버 '벼농사'는 복면을 쓰고 로펌 변호사들의 수입을 익살스럽게 공개해 유명해졌다. 그에 따르면 대형로펌 신규 변호사의 연봉은 1억 5천만 원 정도다. 이 정도의 연봉은 소수 엘리트 변호사들에게만 해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개업 변호사의 경우는 어떨까?

"변호사 2500명 정도 배출되면 무서울 것 같다"

'오탈누나'로 유명한 한 유튜버가 직접 현직 변호사(로스쿨 출신, 3회 변시)를 인터뷰 한 영상에서 그는, "나는 월4천을 번다"라면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솔직히 변호사가 (지금의 1600명보다 적은) 1천명씩만 배출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된다 https://youtu.be/zwDNUlDzOVs).
 

인터뷰에 응한 변호사는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만 중요하다"라며 "내가 1600명 뽑을 때 된 것이기 때문에 꼭 그냥 지금 상태도 불만은 없지만 만약에 2500명 이렇게 된다면 좀 무서울 것 같긴 하다"라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오탈제도(졸업년도부터 4년 경과시부터의 변호사시험 금지 제도)가 없어져서 시험공부하고 싶으신 분들 시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면서도 "(변호사가) 천 명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월 4천'과 분리하여 생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변호사가 천 명만 배출됐으면 좋겠다고, 2500명 정도 배출되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수입을 유지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는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1600명을 기준으로 합격점이 정해져 변호사의 수가 통제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닐까?

블라인드와 음성변조 속에서 솔직해진 어느 한 변호사의 고백은, '양질의 변호사 배출을 위해서', '변호사의 수준을 담보하기 위하여' 사실상 변호사의 수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여온 그간의 법무부와 변호사단체의 진심을 의심하게 한다. 

기자가 입수한 한 SNS 공간 속 현직 내지 예비 법조인들의 익명 대화를 보면 솔직함의 수위는 좀더 높아진다. SNS 공간 이름부터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하락 요구 모임'이다. 

"솔직히 변호사(의) 가치(가) 로스쿨 도입 이전에도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다들 까놓고 말해서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전문직."
"걔들은 전문직 될 사람들이 아니라 그럼. 직업이 엔시(변호사시험 장기 수험생)라서. 전문직 밥그릇에 관심 없음."
"단순 밥그릇 문제가 아니에요. 일단 전문직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돈이 밥그릇이지"
"밥그릇을 떠나서, 그러니까 밥그릇 정도에 그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변호사 되면 솔직히 일정정도의 부나 명예는 한 번에 확 주어져야지."

   

법무부는 '양질의 변호사'를 얘기하지만

이들은 모두 변호사의 수입에 주목한다. 또 나의 수입을, 나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변호사가 가급적 적게 배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우리의 생각은 모두 다양하다. 이들이 앞선 기사들 속 여섯 명의 변호사들과 정반대의 생각을 한다고 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수입과 지위'를 위해 진입 장벽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을 속물이라고 욕할 수도 없다. 적어도 성실하게 공부하고 노력한 뒤 그만큼의 대가를 원하는 마음은 우리가 따르는 자본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작동원리고 인간의 당연한 본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법무부는 '변호사 수 통제'의 근거로 '양질의 변호사'를 앞세워 '아무나 변호사가 되면 변호사의 수준을 담보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왔다. 이것이 이른바 '실력 프레임'이 되어 로스쿨에서 제아무리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다 해도, 아니 초기 로스쿨 기수들의 성적에 버금가는 점수를 받아낸다 해도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는 합격점을 넘지 못한 로스쿨 졸업생들을 '루저'들로 만들고, 또 그들이 '나의 공부가 모자라다'며 자책하도록 만들어 왔다.

하지만 정말 '점수'와 '실력' 때문일까. 살펴봤듯 변호사 수를 통제하는 강력한, 어쩌면 유일한 이유는 바로 '누군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변호사 천 명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1600명까지만이라도...'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기득권 변호사들의 그 작은 소망 들어주고도 싶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의 소망에도 부합할까? 로스쿨을 애써 만든 이유, 법무부가 그렇게 매번 강조하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도 과연 부합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오랜 사법시험체제 역사를 뒤로 하고 애써 로스쿨을 설립한 목적은 무엇보다 일정 자격을 갖춘 변호사들을 상당수 배출해 특권과 고고한 피라미드를 깨고 서민에게 가까운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다가올 4월의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에 신규 변호사 배출이 어떻게 결정될지 궁금하다. 법무부가 과연 누구의 소망에 더 부합한 결정을 내리는지 여실히 드러날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http://lawschool.dothome.co.kr) 소속이며,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로스쿨 정상화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신규 변호사 수 통제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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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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