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졸업시험 기준이 비정상"

[WHY로스쿨? WHY로스쿨정상화? ⑥] 반희성 변호사 인터뷰

등록 2019.03.13 12:26수정 2019.03.16 09:42
4
원고료로 응원
지난 4일 현직 법조인과 예비 법조인이 함께 동등하게 활동하며 법조계 내부 개혁에 자정적 목소리를 내는 단체인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이하 법실련)>가 발족했다(관련기사: 4일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 발족). 

법실련은 일단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현직 변호사들 중 한 명으로 "로스쿨 졸업시험에서도, 변호사시험에서도, 인위적인 기준과 통제는 문제가 있다"는 반희성 변호사를 만나보았다.  

다음은 지난 9일 반희성 변호사의 사무실 인근인 제주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한 일문일답이다.  
 

지난 4일 현직 및 예비 법조인, 로스쿨 교수 등이 결합하여 법조계 내의 자정적 목소리를 내는 <법조문턱낮추기시민연대>가 발족했다. 사진은 9일 법무부 앞에서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의 왜곡을 규탄하고 신규 변호사 수 통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장면. 반희성 변호사는 이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출처 : 법률저널

 
- 이미 졸업한 현직 변호사임에도 로스쿨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는?
로스쿨 제도와 내가 졸업한 제주대 로스쿨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다. 학사장교로 7년간 복무하면서 저축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사법시험을 준비했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잘 되지 않아 경제적 여건상 법조인의 꿈을 그만 접으려던 때에 로스쿨이 설립됐다. 장학금 혜택 속에서 로스쿨에 2기로 입학할 수 있었고 입학 뒤엔 지도교수님들의 추가 지원까지 받았다. 그렇게 3년간 많은 도움을 받으며 공부를 해 변호사가 되었기에 나는 로스쿨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것이 로스쿨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특히 로스쿨 후배들과 연락을 계속 하게 되어 졸업 후에도 관심을 가지는 점도 있다. 변호사가 된 뒤 모교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3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이후엔 같은 지역에서 개업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모교 로스쿨 후배들과 계속 연락하게 됐는데, 특히 지난해에 우리 로스쿨의 졸업시험 당시 한 후배가 전화를 해 울분을 토할 때 정말 마음이 아팠고 로스쿨 문제에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 졸업시험과 관련해 후배가 울분을 토했다니?
지난해 11월의 어느 날 모교 로스쿨 3학년인 후배가 전화를 했다. "12명이 졸업시험에서 탈락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그 탈락한 동기들을 두고 어떻게 남은 이들이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있느냐"고 했다.

우리학교는 한 학년이 40여 명인 미니 로스쿨이다. 그런데 자퇴자, 휴학자, 유급자를 제외한 30여 명 중 12명이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후배가 "이건 우리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 이건 교육적 결정이 아니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쉽사리 반박할 수가 없었다.

- 반박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로스쿨의 졸업시험은 그 후배의 문제제기처럼 변호사시험 합격과 관련해 편법운용되는 측면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새로 등장한 문제도 아니다. 나는 그 후배에게 내가 졸업하던 해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로스쿨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치러지고 졸업생 대부분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줄로 믿었다. 하지만 2010년 법무부가 돌연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약 1,000명 선(입학정원 대비 50%)으로 정한다'고 했다. 로스쿨 제도의 기본적인 합격률이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고 입학정원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합격률은 '80%이상'이었다. 따라서 당시 로스쿨생들은 분노했고, 법무부 앞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이와 같은 법무부의 합격률 통제 방침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일 뿐 아니라,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이에 법무부는 당초의 방침을 수정해 제1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입학정원 대비 75%'를 기준으로 합격률을 정하고 추후의 합격률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그러나 추후 재논의는 없었다) 또 로스쿨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위해 로스쿨 측에 상대평가 및 유급제도 등 학사 엄정화를 요구했다.

문제는 그 학사 엄정화가 명분이 되어, 또 각 학교의 합격률에 대한 욕심(?)까지 더해져 그때부터 '졸업시험'이 편법적으로 운용됐다는 점이다. 즉, 적지 않은 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과 유사한 모의시험을 졸업시험으로 해 이를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다소 낮은 이들을 변호사시험장에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내가 졸업하던 때에도 몇 명이 학사과정을 모두 이수해 졸업자격이 충분함에도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되어 8기 후배들의 경우 졸업예정자의 무려 1/3 이상이 변호사시험장에 들어설 수 없게 됐다니, 마음이 정말 착잡했다. 후배들의 아픔이, 제1회 변호사시험 이후 법무부의 약속대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새롭게 정해지지 못한 채 '정원대비 75%'로 그대로 고착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 같았고, 그런 점에서 내가 선배로서 제2회 변호사시험 이후에 적용되는 합격률의 정상화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괴로웠다.

- 로스쿨의 졸업시험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졸업시험이 적어도 각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게 보이기 위한 편법적 방법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로스쿨은 한층 더 변호사시험만을 위한 기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님들께서 현행 오탈제도(기자주- 현행 변호사시험은 졸업년도부터 4년이 경과하면 평생 변호사시험에 응시할수 없는데, 이와 같은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제'를 이른바 '오탈'이라고 한다) 하에서 제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도록 변호사시험 유사의 모의시험으로 졸업자격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3년간 학사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그는 졸업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아야 맞고, 만약 해당 로스쿨이 이를 부정한다면 이는 그 로스쿨 스스로 부실한 교육기관임을 자백하는 것과 같다. 졸업자격을 갖춘 학생이 당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지 여부는 오로지 그 학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즉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다소 낮더라도 응시하고 싶다는 이를 굳이 학교가 나서서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각 로스쿨은 설립 시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표방했다. 내가 졸업한 제주대 로스쿨의 경우 국제적법조인 양성이 목표다. 특히 제주에는 중국인 영주권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등 중국 관련 문제가 많고 실제로 중국어 우수자들이 제주대 로스쿨에 많이 입학한다. 그렇다면 제주대 로스쿨의 경우 중국법과 관련한 논문을 제출하는 등이 보다 로스쿨다운 졸업 기준이다. 획일적인 변호사시험 유사의 모의시험 성적에 따른 졸업기준이 아니라, 진정 로스쿨다운 교육, 로스쿨다운 졸업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다른 얘기를 해보자. 현행 변호사시험에 관하여는 어떤 입장인가?
그에 대해서도 졸업시험에 대한 나의 입장과 비슷하다. 나는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변호사가 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로스쿨에 입학하던 당시, 즉 로스쿨 설립 초기에 대학(교수)이나 시민단체 측은 로스쿨에서 일정교육을 받으면 3천명, 5천명까지 충분히 변호사가 되도록 제도를 구상하며 상당히 많은 입학정원을 요구했었다. 그것이 변호사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갈등을 겪다가 '입학정원 2천명'으로 합의가 됐다. 그런데 2010년이 되자 이번에는 입학정원 중 절반만 합격할 수 있도록 합격률을 50% 이하로 정해야 한다고 변호사단체가 주장했고 앞서 말했듯 1,2기가 법무부로 달려가 강력 항의하여 '입학정원 대비 75%'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합의가 됐다.

그런데 '입학정원 대비 75%'는, 로스쿨 입학 정원이 매해 2천명인 것을 감안하면 10년 뒤에는 변호사시험 응시자의 과반수가 변호사가 될 수 없게 하는 기준이다. 결국 매해 1600명 선에서만 변호사가 배출되도록 하는 기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것이 과연 로스쿨 설립 취지에 부합할까?, 이것이 과연 정당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법무부 등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에 반대한다는 것인가?
내가 재학 중인 때부터 있었던 '변호사시험 합격률 '에 대한 갈등은 결국 '사회적 합의에 따라 도입된 법조인양성 제도를 제대로 정상화 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논리에 따라 인위적 합격률 조정으로 변호사 수를 통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것이다. 나는 전자에 보다 동의한다. 더욱이 내가 로스쿨에 입학한 이상 로스쿨의 설립취지에도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즉, 3년의 로스쿨 과정을 문제없이 수료하였는데도 해마다 일정한 변호사의 수를 정하고 위 숫자에 맞추어 합격점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로스쿨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변호사시험을 운영하려면 '응시자의 80% 이상 합격'과 같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매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1600명 선으로 하기 위해 합격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변호사 수가 너무 많아지면 폐업하는 변호사 등이 속출할테고 이것은 사회문제가 아닌가?
졸업시험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도 로스쿨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일정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 되어야 한다. 물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많아지면 변호사들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 사실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이 없지 않기도 한다. 나도 공무원으로 3년, 또 개업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재학 중에 개설한 마이너스통장 잔고는 그대로다. 하지만 그것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로 로스쿨 제도를 퇴행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재학시절 법무부 앞 시위에서 많은 다른 변호사들과 "시장에서 인정받겠다."고 외쳤다. 그 말은,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경쟁을 통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고 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인정받고 싶단 말이었다. 경쟁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수임료를 낮출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백분 살려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이들이 등장할 것이고, 특히 다른 전문분야의 이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 물론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도 있겠지만 변호사들의 경쟁이 결코 '사회문제'일 수는 없다.

- 그래도 청년변호사를 위한 보호수단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정부분 동의한다. 대한변협이 변호사시장이 불황이라며 신규변호사 배출을 압박하는 이유도 사실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청년변호사들을 위한 보호책인 측면도 있기에 이를 두고 무조건 기득권의 몽니라고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업계가 보다 경쟁적으로 되는 것이 과연 공익에 반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고, 변호사는 전문자격사로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 평균인보다 더 많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 지금의 법조계에 바라는 점은?
나는 한 명의 변호사에 불과하다. 내가 법무장관도 아니고 변협회장도 아니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서 나는 로스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 내 가치관에 근거할 때도 지금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는 답답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변호사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일상에 치여 깊은 생각을 하기 어렵지만 문득 답답함이 밀려오고 또 문득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을 것이다. 그런 마음들을 모아 우리가 작은 실천이라도 했으면 하고 바란다.

구체적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내 경우엔 이번에 대한변협 대의원이 되었고 후배의 추천으로 현직변호사,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로스쿨 교수들이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http://lawschool.dothome.co.kr)에 가입하기도 했다.

또 대한변협의 이번 집행부는 로스쿨 등 법조인 양성 관련 문제를 교육위원회에서 통합해서 논의한다고 들었고(오는 15일 18:00까지 위원회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민변에도 로스쿨 연구회가 있고 한법협도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양한 통로로 법조인들이 지금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렇게, 응시생의 과반수가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게 되는 지금의 제도 속에서 고통 받는 후배들에게 선배 변호사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함께 로스쿨을 바로 세웠으면 한다.

'WHY 로스쿨? WHY 로스쿨정상화?' 연재기사 보기
덧붙이는 글 박은선 기자는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http://lawschool.dothome.co.kr) 소속이며, 위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반희성 변호사 #제주대 로스쿨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로스쿨 정상화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합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4. 4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