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치현 고치시내에 위치한 '한국 고아의 어머니' 윤학자(다우치 치즈코) 여사 추모비.
김경년
인구 60만 작은 시골에 이런 우연이...
또한 고치는 안중근 의사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뤼순 감옥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을 때 그를 조사한 검찰관이 두 명 있었는데 모두 고치 출신이다. 관선 변호인 역시 두 명인데 그 중 한 명은 고치 출신이고 다른 한 명은 돗토리현 출신이지만 나중에 고치로 본적을 바꾸고 시의회 의장까지 지냈으니 사실상 고치 출신이다. 당시 뤼순고등법원장도 고치 출신이다.
[일본어기사] 安重根裁判と高知の奇妙な因み
안중근의 수감생활을 감시하다가 '언충신행독경만방가행(言忠信行篤敬蠻邦可行)'이란 유묵을 받아온 간수도 고치 출신이다. 심지어 그의 재판과정을 취재하고 재판정 모습을 스케치한 기자까지 고치 출신이었다.
총리를 지낸 김황식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직접 고치에 가서 강연을 하고 유품을 기증한 후손들에게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도쿄에서 비행기로 2시간을 타고 가야 하는 당시 인구 60만 명 정도의 작은 시골 고치현에서 안중근 재판과 관련된 인물이 어찌 이리 많이 나올 수 있었을까.
고치의 향토사학자 구몬 고(公文豪.70)씨를 만나 이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구몬씨는 고치현 의원을 지내기도 했으며 메이지시대의 자유민권운동과 고치현 역사에 매우 밝은 인물이다. 특히, 안중근 재판과 관련 있는 사람들의 후손들을 설득해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안 의사 관련 유품들을 서울의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구몬씨는 "고치에 안 의사 재판과 관련된 인물들이 많은 것은 당시 조슈번과 사쓰마번 출신들이 장악한 중앙 정치와 법조계에 회의를 느낀 도사번 출신들이 대륙으로 많이 건너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의사에 대해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므로 한국인들이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혜균 안중근의사기념관 사무국장은 "구몬씨는 고치에서 발견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나 재판 스케치 등을 한국에 기증하는 데 다리를 놓아준 고마운 분"이라며 "고치는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곳인만큼 한일 관계 개선과 안중근 기념사업을 위해 앞으로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1일 다우치 치즈코 여사의 추모비 건립 22주년 기념식 취재차 고치에 방문했을 때 구몬씨와 인터뷰를 했다. 26일 안중근 의사 서거일을 맞아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