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포크가 수집한 거북선 자료.
New York Public Library
조지 포크는 거북선 자료를 수집해 본국에 보내기도 했다(현재 뉴욕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위의 사진을 보자. 왼쪽에는 귀선(거북선)이라고만 적었는데, 오른쪽에는 전라좌수영귀선(거북선)이라고 썼다. 일반적으로 국내에 거북선 자료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자료가 사료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 배 연구의 권위자인 김재근의 저서 <한국의 배>, <우리 배의 역사>를 들춰 보니 조지 포크의 거북선과 동일한 그림이 나온다. 정조 19년(1795) 왕명에 의해 <이충무공 전서>가 편찬됐는데, 그 첫머리에 거북선 그림 2개가 들어 있다고 한다. 비교해보면 조지 포크가 수집한 거북선 그림과 비슷하다.
조지 포크가 수집한 두 거북선 그림 사이에 뭔가 적혀 있다. 요약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충무공 이순신이 만든 거북선이다. 임진년부터 난을 평정한 이후 오직 옛날에 만든 거북선 두 척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중 하나는 경상도 통영에 있고, 다른 하나는 전라도 좌수영에 있는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치지 못한 상태이다."
다시 지도첩으로 돌아가자. 지도첩에는 일본도와 유구도도 들어 있다. 유구에 적힌 조지 포크의 메모는 매우 희한하다.
'琉球國(유구국) YuKuKuk', '寶庫(보고) PoKo'
이런 식으로 한국어 발음을 따서 적고 있다. '왕도'가 특히 흥미롭다. '王都(Wangdo)'라 표기하고 괄호 속에 'Soul(서울)'이라 적고 있지 않는가. 마치 유구를 한국 땅으로 여기는 한국인이 적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429년에 건국된 유구 왕국은 1879년 일본제국에 강제 병합됨으로써 550년의 역사를 접었다. 조지 포크가 지도에 지명을 적고 있을 때는 유구가 이미 일본에 복속된 지 5년 이상이 지난 시점이다. 그 사실을 조지 포크가 몰랐을 리 없다.
조선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이라는 이방에 문호를 개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그는 어떻게 조선의 인문지리에 통달할 수 있었으며 조선 팔도의 모든 고을, 강산과 섬들의 한자 이름을 영어로 옮길 수 있었을까? 한문과 한자를 스스로 해독했거나 아니면 한국인과 소통하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단순히 미 해군 주재관으로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런 작업을 수행했던 것일까.
원산이 일본 식민지라고?
1880년대는 약소국에 대한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탈 경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다. 당시 서양 제국주의자들과 일본은 우리 강토를 집요하고 정밀하게 측량해 지도에 옮기고 있었다. 인간이 지배당하면 그 이름이 창씨개명 당하고, 땅이 점령되면 그 지명이 창씨개명 당한다. 우리나라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도상에서 어떻게 창씨개명 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