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그 순간 최선의 제목을 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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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에는 사람 마음의 온도를 1도씩 올리는 글도 많지만, 아픈 내용의 글도 상당히 많다.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 아픈 반려동물에 얽힌 사연, 내 몸이 아파 힘들었던 이야기, 특별한 관계였던 사람과 헤어진 이야기, 배신당한 이야기, 목표가 좌절된 이야기 등등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찰한 글로 독자들과 만나고 공감하며 성장하는 시민기자들이 다수란 말이다.
그럴 때 나는 제목이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어느날 갑자기 대장암 환자가 된 40대 가장 시민기자, 가족의 아픈 사연을 내밀하게 고백하는 시민기자, 여행지에서 당한 피해 사례 등등. 이런 내용의 글은 충분히 자극적으로 뽑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기사를 볼 데스크에게 메모도 남겨둔다. '제목에 암환자임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쓴다. 개인의 아픈 경험을 팔기위한 상품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보다 그들의 마음과 진심이 보다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특히나 요즘 포털 댓글처럼 혐오표현이 가득한 때는 더 그렇다.
오죽하면 댓글 때문에 기사를 못 쓰겠다는 시민기자들이 생겨날까. 나도 다르지 않다. '엉망진창땡창'인 댓글을 보며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생각할수록 괜히 억울하고 부아가 치밀었던 경험이 나도 있었다. 그 마음이 뭔지 아니까 제목을 뽑을 때 더 신중해진다. 악플 때문에 너무 힘드니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 번 더 신중해진다. 제목 후보 여러 개 잡아서 뭐가 좋은지 다른 편집기자의 반응을 들어보기도 한다. 물론 내 이런 의도와 달리 결과가 좋지 않을 때(조회수 폭망)는 마음이 급격히 흔들리기도 한다.
'내 판단이 틀렸나. 이 좋은 글을 좀 더 많은 독자들이 보게 했어야 했나, 지금이라도 제목을 한번 더 바꿀까?'
그럴 때는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받아들인다. 다른 날도 있겠지 하며. 삶에 정답이 없듯 제목에도 정답이 없다. 자극적으로 뽑아도 외면 당하는 기사가 있고, 담담하게 뽑아도 조회수와 공유가 놀랍게 치솟는 기사도 있다. 그러니 나는 그저 그 순간 최선의 제목을 지을 뿐이다. 그 최선의 제목을 위해 오늘도 손가락이 바쁘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만나는 시민기자들마다 길게 쓰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데, 내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후배가 알기 바랐던 '편집기자의 제목 뽑는 실전팁'은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2편을 기대해주시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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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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