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장미꽃으로 만들 글자 '한글 사랑해'
김상정
주시경 선생은 "말(언어)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말하였다. 한국어와 한글로 제작된 영화ㆍ드라마 문학ㆍ음악(K팝) 등이 국제무대에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한글이 다시 떠오르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K팝을 듣고 한국어(한글)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라 안의 또 다른 사정이다. 외국어 특히 영어에 대한 광풍이 사그러들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는 현상이다. 도심의 웬만한 간판은 영어투성이고 신문 등 활자 매체는 제목부터 영어나 영문 약자를 공공연히 사용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졸업생까지 영어공부에 매달리고, 각급 시험에서도 영어는 빠지지 않는다. 국제화시대에 영어는 배워야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처럼 성장기의 중요한 시기에 외국어를 전력투구하는 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현대판 최만리'들이 적지않고, 일부 상류층 가정에서는 영어를 거의 상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각종 연구논문에는 영어로 약술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원서'라면 "원래의 판본"을 말할진대, '영어로 된 교재'를 일컫게 되었다. 왕조시대의 한자상용, 일제강점기의 일본어 상용에 이어 지금 영어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심각하게 침식하고 있다. 앞의 두 경우 못지 않는 위기상태이다.
영어사용이 세계적인 추세에서 이참에 아예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자는 자들도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어와 한글을 쓰지 말고 일본어를 상용하자고 총독부에 건의하고 일어를 상용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영어상용론자들은 그들의 정신적 후예들이다. 이들은 영어상용국가들은 모두 선진국이 되고 있다면서도 인도나 필리핀 등은 열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