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공화당 조직도.
자유공화당
사실상 한 몸
그러나 자유공화당은 대놓고 상부기관을 자처하지 않는다. 자유공화당은 천만인본부를 서울역 집회의 주최기관으로 떠받든다. 서울역 집회는 자유공화당이 가장 중시하는 활동이다. 이런 활동의 주최기관이 천만인본부라는 사실은, 양자의 관계가 실제로는 수직적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점은 자유공화당의 공식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광화문 천막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유공화당은 "우리 당과 천만인무죄석방본부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 그리고 용역 깡패들의 용역업체 등을 상대로 특수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과 천만인본부를 나란히 배열한 것이다.
비슷한 태도는 천만인본부에서도 나타난다. 이 단체는 광화문 천막 사건과 관련해 작년 8월 21일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 천만인무죄석방본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법거짓 탄핵의 진실을 밝히고 무죄석방 촉구 및 명예회복을 위한 구명운동을 목적으로 2017년 7월 15일 설립한 시민단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자유공화당이 대한애국당이란 이름으로 탄생한 2017년 8월 30일 이전에 자신들이 태어났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천만인무죄석방본부는 우리공화당이 주관하는 태극기집회를 지금까지 140회 주최해온 단체"라는 소개를 덧붙였다.
천만인본부가 책임지는 서울역 집회의 '진행권'이 우리공화당(현 자유공화당)에 위임된 듯한 느낌을 풍기는 설명이다. 이처럼 외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발언들이 천만인본부와 자유공화당 명의로 나오다 보니, 양자의 관계가 언론보도에서조차 불명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 둘이 실질적으로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11월 26일 자 <연합뉴스> 기사에 "대한애국당과 이 당 당원들이 주로 가입한 시민단체인 천만인무죄석방본부"라는 표현이 나오듯, 두 조직의 구성원은 상당 부분 겹치고 있다.
양자는 활동 면에서도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다. 각각의 지도부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배치됐지만, 실제로는 함께 활동하고 있다. 천만인본부뿐 아니라 자유공화당의 주 무대도 서울역 태극기집회다. 사실상 동일한 사람들이 두 개의 명의로 동일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4·15 총선에 대비해 지난 11일 구성된 자유공화당 지역구 공천관리위원회의 위원장에도 허평환 천만인본부 공동대표가 임명됐다.
지난 2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원진 대표는 "천만인무죄석방본부와 우리공화당이 이끌어가는 두 축"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치 양면을 가진 동전처럼 정당 활동 때는 자유공화당 쪽을 보여주고 대중 활동 때는 천만인본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전의 양면
2017년 초에 태극기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였다. 탄기국은 헌법재판소 탄핵결정 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이하 국저본)'로 변신했다. 하지만 국저본도 생명력이 길지 못했다.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뒤 동력을 상실하고 약해졌다.
이 상황에서 태극기집회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가 분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저본 내부의 강경파는 천만인본부로 모이고, 온건파는 '태극기 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로 모였다. 그 뒤 천만인본부는 여타 태극기 단체들과 판이한 길을 걸었다. 민간단체가 아닌 '정당'의 길을 걸은 것이다. 국회의원 조원진이 포함된 천만인본부는 이 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대한애국당을 만들고 극우 정당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이 변신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유공화당은 천만인본부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천만인본부라는 외양을 벗어버리고 오로지 정당의 길로만 나설 경우, 토요일마다 서울역에 모이는 수천 명의 지지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었다.
서울역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소수파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간과 금전을 들여 토요일마다 모이는 것은, 급속한 사회변화에 파묻히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과 정체성을 표출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서울역 집회 참가자들의 이 같은 정서는 원내 의석 확대를 꾀하는 조원진 대표에게 굴레가 될 수밖에 없다. 정당의 몸집을 불리자면 유권자들과 타협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서울역 집회 참가자들의 이탈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자유공화당과 천만인본부의 공존 관계를 가능케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태극기집회를 기반으로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천만인본부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지원군이다. 이들과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다 보니 동전의 양면처럼 천만인본부와 자유공화당을 번갈아 보여주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유공화당이 천만인본부의 틀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경계는 자유공화당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jjsi****라는 아이디의 사용자는 2018년 8월 7일 대한애국당 평당원 카페인 '태극기애국동지회 평당원 카페'에 올린 글에서 대한애국당 명의로 태극기단체 연합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8/15 광화문 연합집회는 천만인무죄석방본부에서 추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만인본부가 아닌 대한애국당 간판으로 태극기집회에 나서는 것은 박근혜를 지워버리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자유공화당이 천만인본부를 제치고 태극기집회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런 당원들의 존재가 자유공화당의 세력 확장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천만인본부에 대한 자유공화당의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