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써서 아이들한테 먼저 읽히기도 하고, 이웃님한테 종이에 옮겨적어서 건네어 읽히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가다듬은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숲노래/최종규
수수께끼 004
우리 몸에서 아픈 데를 쳐
세게 들이치기도 하고
부드러이 적시기도 하고
확 퍼붓기도 하지
멧골에서 고이 잠들었다가
해님 보고 퐁퐁 깨어나고
숲을 한껏 돌아보는데
여러 마을도 두루 거치지
바다가 될 수 있어
아지랑이나 이슬이 되고
구름이나 안개가 되는데
우리 눈에도 있어
모두 다르지만 모두 나야
모두 나를 마시지만
마음에 품은 씨앗에 따라서
다들 다른 네가 되더라
예부터 어른·어버이는 아이한테 수수께끼를 냈습니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내었지요. 왜 수수께끼를 냈느냐 하면, 아이는 아직 모르는 말이 많아요. 돌이 왜 '돌'인지, 돌이란 어떤 숨결인지를 잘 모르니, 마음으로 하나씩 헤아리고 짚으면서 스스로 알아내도록 수수께끼를 냅니다.
낫이 왜 '낫'이고, 키는 왜 '키'이며, 절구는 왜 '절구'인지, 또 노래는 왜 '노래'이고, 마당은 왜 '마당'인지를 아이가 스스로 알아차리라고, 어느새 깨달을 줄 알면 아이가 철이 들어 어른이 된다고 넌지시 가르치는 길에 수수께끼를 썼어요.
수수께끼 055
바람을 마시며 가볍고
해를 먹으며 튼튼하고
물을 머금으며 부드럽고
빛을 맞이하며 아름답지
겉과 속을 잇는 길
안과 밖을 맺는 터
넓게 퍼져 춤추고
곱게 엮어 노래해
서로 맞닿으며 따뜻하네
한쪽이라도 다치면 힘들어
같이 뒹굴면서 빙그르르
구석구석 아끼면서 기운나지
쓰다듬으니 좋아
주물주물 풀면서
토닥토닥 반가워
넋이 입은 빛살옷
수수께끼는 놀이로 아이한테 건네는 말이면서, 고스란히 말놀이입니다. 또 '말 가르침'이자 '말 배움'이에요. 이러면서 저절로 글꽃(문학)이 됩니다. 일본에는 하이쿠라고 하는 짧은 글자락이 있는데, 한국에는 '수수께끼'가 한 줄짜리 노래(시) 구실을 했어요. "길고 긴데 기면서 땅밑에 있으면?"처럼 한 줄짜리 수수께끼요 문학입니다.
곰곰이 보면 수수께끼 놀이란, 수수께끼 동시를 우리가 함께 쓰면서 아이하고 나누는 말살림이란, 생각짓기(철학)라고 할 만합니다.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 나가는 말짓기 놀이입니다. 말을 어렵게 짓지 않았다는, 말을 늘 사랑으로 즐겁게 지었다는, 말 한 마디에 생각이 자라도록 북돋우는 씨앗을 담았다는, 여러 이야기를 수수께끼로 엮어서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