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씨는 건물 철거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되었다.
권우성
국책사업이나 개발사업에서 피해를 입는 약자들이 항의하면, 그 사업 자체의 문제점이 커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에 대다수 국민들이 의견을 같이 하더라도, 그 항의 행위에 대해 일단 실정법에 근거하여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수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단지 위 형사처벌을 이유로 민수씨가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잘 지킬 뚜렷한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행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련 법률들은 상가세입자에 대한 보상대책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철거부터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가세입자들은 당장의 생계 수단이 사라져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
보상이 차후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불안감에 시달리고 항의 과정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등 모진 고생을 한 후에야 개별적으로 합의를 거쳐 겨우 보상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상가세입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과 부담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 민수씨를 '철거업무 방해'라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여러 전문가가 도시계획정비사업에서 세입자 보상 문제의 미비를 지적해왔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세입자 보호 규정을 신설하는 등 꾸준히 개정되어 왔다. 민수씨의 형사사건이 발생한 후인 2012년 2월 공포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정비계획에 세입자의 주거 대책을 포함하도록 했고, 사업 시행으로 이주하는 세입자가 사용할 수 있는 임시상가를 정비구역 또는 정비구역 인근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업무에 세입자의 주거 및 이주대책수립에 관한 지원업무를 추가하도록 했으며,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추가로 세입자 손실보상 대책을 수립하면 규제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헌법재판소로 간 '품행 단정' 규정
민수씨는 귀화불허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하면서 국적법 제5조 제3호에 대해 명확성원칙 위반 및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또 기각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품행이 단정하다'는 품성과 행실이 얌전하고 바르다는 의미로 통용된다"며 "'품행이 단정할 것'과 같이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가치 평가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 규정은 ▲어떤 행위가 품행의 미단정에 해당하는지 ▲범죄 경력이 품행의 미단정에 해당하는지 ▲어느 정도의 범죄 경력이 불허대상인지 ▲한번 불허 사유가 되었던 범죄 경력은 언제까지 재귀화 신청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귀화 허가 결정의 본질적인 요소에 관한 모든 판단을 오로지 행정청인 법무부장관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봐야 했다.
민수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티베트 어린이들을 돕고, 한국 물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을 도와왔다. 네팔 대사관도 한국에서 수행하는 행정 업무 과정 중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발생할 경우 민수씨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그 외에도 민수씨의 선행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법원, 수사기관, 방송국 등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 매우 많이 했다. 박범신의 소설 <나마스테> 주인공 카밀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지면서, 무려 400명 이상의 사람이 그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민수씨가 비록 미등록 체류 기간이 존재하였고 또 형사처벌을 받기는 했으나, 위와 같이 그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에도 귀화불허가처분을 받은 것은 국적법 제5조 제3호 '품행이 단정할 것'이라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국적법이 개정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