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왼쪽)와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
남소연·연합뉴스
막말의 원동력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돈도 써야 하지만,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에 처음 입문했거나 낙선 경험이 많은 후보들은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에 찍히는 소소한 표정과 몸짓까지도 세세히 신경 쓰는 후보들이 그보다 더 중요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리 없다.
모든 경우에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인이나 총선 후보들의 발언은 대부분 준비된 선거전략에서 나온다. 김대호·차명진 후보는 최근의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지 못하고 과도한 발언을 해서 같은 당에서조차 비판받게 됐지만, 이런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막말의 상당 부분은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 대다수는 '문제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되,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명확히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막말을 한다. 생각 없이 그냥 내뱉는 말이라지만, 법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5·18이나 친일청산·위안부·남북문제·세월호·소수자 문제 등과 관련된 정치인이나 총선 후보들의 막말에는 공통적인 공식이 담겨 있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첨예한 이슈를 선정한 뒤, 의견이 대립하는 두 집단 중 한쪽에 대해 극단적 지지를 표시하고 다른 쪽에 대해서는 극단적 혐오를 표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쟁점들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일부 세력의 격렬한 반발 역시 존재한다. 쟁점에 관한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부 세력에 대한 동조를 표하는 동시에 다수의 대중을 자극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논쟁이 첨예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소수인 일부 세력의 입장을 지지하게 되면, 반대쪽에 있는 다수 대중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나 지위의 손상이 있을 수도 있고, 심하면 신변의 위협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막말을 하는 것은 용기나 소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이기는 하지만 강력한 결집력을 보이는 동조자 집단이 자기를 지지해줄 거라는 신뢰감이 막말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이나 공직 후보가 사회적 논쟁이 전혀 없는 문제에 대해 막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 전체를 자극할 만한 망언을 하는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자기편 집단에 대한 신뢰감이 있을 때라야 막말을 하는 것이다. 김대호·차명진 후보는 자기편 분위기를 지나치게 유리하게 해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분리주의 정치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