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공항은 정지됐고,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을 사용해야만 했으며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겪었다.
언스플래쉬
공항은 최일선에서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무급휴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잇따랐다. 인천공항공사는 2001년 개항 이후 간접고용 90%라는 진기한 기록을 달성하며 '파악하기도 어려운 다단계 하청구조'를 양산해왔다. 12년간 최우수평가를 받고 2016년 1조 원에 달하는 단기 순수익을 달성했지만 전체 근무 인원의 84%는 비정규직이었고,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은 각 업무별로 외주를 준 위탁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역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정원씨와 같은 여성노동자들이다.
간접고용노동자에게 닥친 '해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VIP라운지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 이정원씨는 지난달 10일 퇴근하던 길에 단체카톡방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는 직원끼리 돌아가며 무급휴가를 계속 연장해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상화되어 안전하게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왔다. 제1터미널 쪽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김포공항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해결될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카톡방에 올라온 '원청업체(롯데GRS)가 더 이상 채용하지 않을 의사를 밝혀 계약 종료를 하겠다'라는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정원씨는 끝까지 직원을 책임져 주지 못하는 회사에 화가 났으나 또 달리 생각해 보면 회사의 어려움도 이해가 되었기에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유지를 위한 정책들이 일시적으로 생겼다는 소문에 직장동료와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 등을 찾아보았으나, 실업급여 외에 노동자가 직접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 황망한 마음마저 들었다. 혼자 사는 20대 여성으로서 당장 집세와 생계유지가 걱정이 되어 눈앞이 깜깜했다.
정원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었다. 롯데GRS라는 원청과 계약을 한 e-bridge라는 하청업체 간접고용 여성노동자였다. 정원씨는 4년마다 롯데GRS와 e-bridge 사이에서 체결되는 계약 연장 여부에 따라 상시적 해고 위협에 놓인 불안정노동자였고, 언제 본인이 일하는 VIP라운지가 사라질까 하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원씨는 VIP라운지에서 중간관리자로서 데스크 안내업무와 식기 및 직원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고 다른 직원들은 홀서비스, 요리 등 요식업 계통의 일을 해왔다. 각자의 업무는 정해져 있었으나, 그럼에도 항상 일손이 부족해 서로의 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인력을 더 채용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정원씨와 같은 간접고용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 노동자 인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관리는 원청인 롯데GRS가 했고, 어느 것 하나 원청이 승인해 주지 않으면 하청업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롯데GRS가 2명분의 인건비를 감축할 것을 요구해 정원씨와 동료들은 무급휴가를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인원감축만은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2~3일씩 돌아가며 쓰던 무급휴가가, 점차 큰 폭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 때문에 10일씩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작 부족한 인원 때문에 무급휴가를 사용하면서도 직접 출근해 일하기 일쑤였다.
이외에도 서비스제공자로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항들도 있다. 정원씨는 화장을 완벽히 했는지, 스타킹의 색이 어떤 색인지, 체중이 늘었는지에 대해 회사 사람들이 품평을 하는 분위기에 답답한 마음을 느꼈으나 그것은 으레 그래왔듯 당연하게 행해져 왔다. 부족한 일손도 모자라 업무능력과는 상관없는 꾸밈노동도 정원씨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고당하는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