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출판사 문장 시리즈 신간 '배려의 말들'
류승연
배려를 주고받은 상황들을 쭉 생각해보는데 오고간 배려 속에 웃음과 희망이 싹트는 이상적인 그림이 떠오르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선한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할 때마다 실수를 연발했던 일이 먼저 떠올랐다. 상대는 마음이 상했고 나는 민망해졌으며 가끔은 화가 나기도 했다.
"내가 배려했는데 왜 자기가 화를 내?"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배려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며 많은 이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배려를 받았다. 나를 위해 건넨 배려의 말에 오히려 피가 솟구치기도 하고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했던 건 그들의 선한 의도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왜 이런 온도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상대에게 관심이 있어 돕거나 보살피려 마음을 썼더니 정작 반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배려한 건데 상대방은 무시당했거나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고 오해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러면 억울하다. 괘씸한 기분도 든다. '다시는 배려하나 봐라. 흥!" - <배려의 말들 > 21p
배려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했다. 무엇이 배려인가? 배려는 무엇이 배려인지 알아야 잘 할 수 있다.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나 자신까지도 살피고 나서야 적재적소에 맞는 배려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존중, 태도, 차별, 혐오, 평등, 배제와 같은 우리 삶을 단단하게 하는 가치를 민감하게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배려를 주고받고 나서도 서로 낯뜨거워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시스템에 익숙해져 버린 상태로는 시스템을 볼 수 없다. 매트릭스 안에서는 매트릭스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구조화의 시각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구조를 볼 줄 알아야 개인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 있다. 네 탓이 아니라고 다독일 수 있다. 각자의 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
- <배려의 말들 > 55p
단순히 친절을 베푸는 게 배려가 아니었다. 쉽게 쓸 줄 알고 "오오호홋" 웃었다가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질 만큼 많은 고민을 거듭해 책이 나왔다. 내 전 생애를 거슬러 올라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만났던 많은 이들과의 관계를 재소환해야 했다. 고비마다 배우고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을 재정립해서 글로 풀어내야 했다. 그것도 하나의 글이 아닌 100개의 글을.
책 '배려의 말들'은 이 책을 기획한 유유출판사의 대표적인 문장시리즈 중 한 권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문장시리즈란 페이지를 펼쳤을 때 왼쪽에는 권위를 담당하는 좋은 글귀, 오른쪽엔 그 글귀를 뒷받침하는 작가의 단상이 수록되어 있다.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엄지혜 작가의 '태도의 말들', 김은경 작가의 '습관의 말들' 등이 문장시리즈로 구성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