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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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왜?
이 운동을 이끈 사람은 미국 최고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장과 록펠러 대학 학장을 역임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프레데릭 세이츠(Fredrick Seitz)였다. 그의 요청으로 미국 내에서만 2400여 명의 물리학자, 기상학자, 해양학자, 환경학자들과 1만 6000명 이상의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자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자발적이었다기보다는 부시 정권의 회유와 화석 연료 기업들의 로비에 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이 화석 연료 기업들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는 문헌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많은 전문가 그룹이 4대강 사업을 지지하고 나선 악행이 우리나라만의 몰골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하든가 자문교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소극적 기여를 한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환경과 토목을 전공한 지식인 중에는 거기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쉬울 지경이다. 지식인들이 권력과 금력에 약한 것은 어느 나라나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2만인 과학자 반 온난화 서명 청원'은 지구온난화 회의론의 진앙이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기상학자가 MIT 대학의 린젠(Richard Lindzen) 교수다. 린젠은 유명 학술지에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여러 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린젠은 수치예보를 개척한 차니(Charney) 교수의 적통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발언권이 강한 연구자여서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이 컸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기후변화에 관한 서적을 보면 세이츠 박사와 같은 비 기상학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방해한 악행을 소개하는 글은 많지만, 린젠과 같은 유명한 기상학자들이 끼친 해악을 소개하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서명에 참여한 기상학자 중에는 기상학 역사에 길이 남을 저명한 학자들이 여럿 있다. 이들 서적에서 기상학자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책을 쓴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상학자가 아니고, 부끄러운 행위를 한 기상학자들의 사회적 유명세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쌓아온 업적으로 얻은 명성을 돈과 권력에 빌붙는 도구로 사용해 버리는 과학기술자들의 곡학아세는 일반 시민들의 올바른 인식을 방해해 정당한 행동을 제때 못하도록 오도한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폐해, 지구온난화 억제 대책에 세계가 시기를 놓쳐 지구환경이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데에는 이들의 책임이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전쟁범죄인이 된 뛰어난 기상학자
기후변화 대응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학지식을 인류에 해악이 가도록 사용해 역사에 오명을 남긴 과학자들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한 사례의 하나로 일본의 대표적인 기상학자인 후지와라(藤原咲平)를 들 수 있다. 열대 해상에서 연이어 발생한 태풍이 근접 이동하면서 상호 작용을 통해 태풍 진로를 불규칙하게 만들고 갑작스럽게 규모를 키워 기상 재해를 가중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후지와라 효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후지와라는 1884년에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동경대학 이론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소리 이상전파 연구>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1920년에 유럽으로 유학을 가서 오늘날 기상학의 할아버지라고 추앙받고 있는 노르웨이의 비야크네스(V. Bjerknes)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곳에서 유학 이듬해에 후지와라 효과를 발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