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갈라진 틈에 알을 슳어놓고 있는 참나무겨울가지나방참나무류 뿐만 아니라 나무 데크 사이에도 알을 깐다.
이상헌
필자와 같은 곤충 사진가에게 겨울은 쉬는 계절이 아니다. 오히려 헐벗은 나뭇가지를 헤치고 곤충들의 먹이식물이 되는 나무를 찾아두는 일로 바쁘다. 그래야 이듬해 해당 장소를 찾아가 그들의 생활사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일부러 눈밭을 찾기도 한다. 한겨울에 활동하는 눈각다귀를 보기 위해서다.
한편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에 필드에 나가보면 그 해에 어떤 곤충이 이상 증식하겠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생육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종종 대량발생 하는데 몇 년 전에는 황다리독나방이 창궐하였었고 뒤를 이어 갈색여치, 작년에는 매미나방(집시나방)이 그러했다. 올해는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는데 이미 작년에 그 전조가 보였다. 누런색 매미나방 알집이 유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암컷은 자신의 털을 뽑아서 이렇게 폭신하고 보온 능력이 뛰어난 난괴를 만든다. 접착력이 뛰어나서 제거하기도 까다로운 편이다. 이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애벌레가 나온다. 그렇기에 한번 대량 증식하면 2, 3년 정도는 그 위세가 지속된다.
언론의 속성상 사후 결과만을 다루지만 사전에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이 문제라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피해에 자원을 할당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한몫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올해도 벌레 사진가는 겨울 시즌을 맞이하여 필드에 나갈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이상 발생하는 종이 있는지 살펴본 뒤 그 소식을 전해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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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태어난 얼룩한 그대, 참나무겨울가지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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