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위의 야간 작업잇따른 환경미화원의 산재 사고에 2019년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작업시간을 주간작업을 원칙으로 하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야간 작업시 산재 사고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구청이 야간작업을 하는데,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 차량 혼잡과 낮 시간에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공공운수노조 청주 환경지회
청주의 이지형씨는 대학 졸업 후 경찰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사업을 해보고 싶어 그만뒀다. 그러나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 차례 실패를 겪은 뒤 2010년부터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무난한 청소년이었어요. 그냥 수업 잘 듣고 성적에 맞게 대학에 진학하는 것 외에 별 다른 꿈이 없었어요. 교육과정에서 '노동'이나 '노동자'라는 말은 접하기 어려운 단어였죠. 그 당시 우리들에겐 노동이라면 왠지 험악하고 북한을 연상하게 했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오고, 이제 제가 노동조합원이 되었잖아요? 그러고 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노동자 아닌 사람이 없더라고요. 어른이라면 대부분 일해서 생계를 꾸려나가니까요."
그는 이 일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게 되셨는데, 펑펑 우시더라고요. 지금도 안타까워하시죠. 하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노조 활동도 지지하고요."
경산의 최종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와서 대구 섬유업체에서 15년 이상 일했다. 당시는 섬유 산업이 번창하던 시기였다. 비교적 큰 업체였고, 그가 들어갈 때 이미 노동조합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가입해서 젊은 나이에 노동조합을 경험했다.
"대구 경북지역은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죠. 학교 졸업할 때 '노동조합 가입하지 마라'는 말씀 많이 했어요."
그러나 그는 노조에서 취미로 풍물을 배우고 노래도 부르는 것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섬유업계의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부당함도 많이 느끼며 연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섬유산업이 내리막에 접어들어 대공장들이 문 닫는 시점에서 그도 회사를 나오게 됐다. 직장 폐업을 경험한 최씨는 다음 직업을 선택할 때 '안정성'을 우선 고려했다. 지자체 직고용은 아니었지만, 일터가 없어질 리는 없다는 것이 이 일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
"예전에는 시민들 인식이 청소부라며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었어요. 얼굴을 가리고 일하고 그랬죠.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새벽에 일 나가서 쓰레기 치우다 보면, 나이든 어르신, 젊은 아주머니들이 '수고 하신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분은 음료수를 건네주시기도 하고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이지형씨도 일하다가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있었어요. 3년 전쯤 일인데요. 저희가 3인 1조로 일하는데, 동료가 일하며 공원 쪽으로 가고 있을 때, 중고등학생들이 공원 정자에서 술을 마시며 떠들고 놀고 있었어요. 그때 젊은 경찰관이 중학생들에게 '너희 이렇게 학생 때 술 먹고 떠들고 놀면 저 아저씨들처럼 된다' 그러는 거예요. 일하는 중이라 그냥 넘겼지만, 아직도 국가 공무원이 그런 말을 공공연히 하는 현실에 많이 속이 상하더라고요."
공공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 비용 더 들고 산재 많아
IMF 이전에는 생활폐기물 처리 작업과 시설 운영을 공공기관에서 했으나, 이후에 점차 민간 업체에 위탁을 하게 되어 현재는 전국 환경미화원 중 56%가 민간위탁업체 소속이다.
"작년에 경산시청에서 천막 농성을 두 차례 했는데요. 민간 위탁업체에서 1년 미만 근무자에게 차별 임금을 지급하고, 나머지를 착복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리고 같은 일을 하는데, 시에서 직고용한 공무직 미화원들과 임금체계가 다르고요."
청주 이지형씨에 따르면, 일하는 시간이 야간이어서 0.5배의 수당을 받는데, 이를 포함해야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과 임금 수준이 비슷해진다. 그리고 이 또한 업체마다 차이가 나서 더 열악한 곳도 있다.
"민간 위탁이다 보니, 2년에 한 번씩 입찰을 하니까 고용이 불안하고 그러다보니 노동조건이 나쁠 수밖에 없어요. 구청에 소속된 공무직 직원과는 복지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죠. 안전화나 작업복을 지급하지 않거나 연월차 수당을 주지 않는 업체가 많아요. 또 일부러 고령자를 채용하면서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임금을 적게 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최종현씨는 경산시에 직접 고용된 공무직 환경미화원들은 1년에 작업복이 몇 벌씩 나오지만, 민간위탁업체는 안전조끼, 비옷도 1년에 한 벌 주고, 안전화는 지급하는 업체도 있고, 아예 안 주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옷 갈아입고 씻을 공간도 확보해야 하는데, 경산시에서 관리 감독을 하며 샤워장을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는 해놓았어요. 그렇지만, 업체마다 인원은 12명인데, 샤워기는 한두 개 정도 있고, 순간온수기를 해놓았다고 하는데, 따뜻한 물이 안 나오기도 해서 거의 이용을 못 해요. 민간 업체이다 보니,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설에 투자하지 않아요. 2012년 11월에는 동료 미화원이 14년 된 노후차량으로 매립장에 쓰레기를 버리고 나오다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사망하기도 했어요."
노동조합에서 사고 위험에 노출된 노후차량 교체와 적정 인원 충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가운데 일어난 사고였다. 이 사망 사고 이후 노동조합은 노후차량 교체와 야간 작업 금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이때부터 경산시에서는 노후차량도 교체되기 시작했다.
위탁업체의 불법 막으려면 직고용이 해답
이지형씨에 따르면 청주시는 업체에 차량 감가상각비를 6년간 지원하는데, 사실 차량 가격을 6년간 나눠서 지불한 격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차량은 시민 세금으로 구매한 시의 재산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6년이 지나면 차량이 민간 위탁 업체의 사적 재산으로 넘어가 사고 팔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현재 10년 이상 사용된 차도 2천만 원씩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그는 이런 문제부터 민간업체가 공공사업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사례가 많음을 지적했다.
"12명을 고용해야 하는데, 10명만 고용하고 자신의 아들과 동생을 유령직원으로 세워서 임금을 착복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민간 위탁을 한다는데, 업체 사장 등 인건비 뿐만 아니라, 업체 이윤이 또 10%있고요. 문서 수발료, 인지세 등등 결국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고, 노동 강도는 세고 조건은 나쁘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도 더 나아질 수가 없죠."
최종현씨도 지자체가 직고용을 하면 폐기물 수거 서비스의 사회적 공공성도 강화될뿐더러 예산도 많이 절약될 것이라고 했다.
"직접 고용이 되면 사장 등 인건비도 절감되고, 민간업체가 가져가는 10%의 이윤과 5%의 일반 관리비도 지출되지 않으니까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도 이익입니다."
잇따른 환경미화원의 산재 사고에 2019년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작업시간을 주간작업을 원칙으로 하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야간 작업시 산재 사고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주의 이지형씨는 여전히 야간작업을 한다. 저녁 8시에 출근해서 새벽 3~4시까지 일한다. 밤에 일하면서 건강관리 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적응하는 데 2년 정도 걸렸다며 여전히 건강상, 안전상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이 일이 하루 평균 10Km 정도 걸어야 하는 등 활동량이 많고, 밤에 일하다보니 술의 힘을 빌어서 자고 그랬죠. 일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체중이 16kg 가까이 줄 정도였으니까요."
최종현씨가 일하는 경산지역도 2017년까지는 야간작업을 해오다가, 2017년에 근무시간이 새벽 6시에서 오후 3시로 조정되었다. 2012년 사망 사고 이후 노조에서 지속적으로 야간작업의 위험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온 덕분이었다. 그에 따르면 아직도 대다수 구청이 야간작업을 하는데,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 차량 혼잡과 낮 시간에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최씨가 일하는 경산시에는 민간 위탁업체가 5개 있는데, 한 업체에 18명씩 고용되어 있다. 경산시를 다섯 구역으로 나눠서 18명이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폐기물, 생활폐기물 세 파트로 일한다. 생활폐기물의 경우 종량제 외의 잔재물이나 불법폐기물이 나오기 때문에, 재활용폐기물의 경우는 이사하면서 내놓는 가구 같은 대형폐기물들이 있어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그는 작년까지 생활폐기물 쪽 일을 하다가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작업에 투입됐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이, 통을 1미터 가까이 들어올려서 부어야 하는 반복 작업이라 무리가 가지요. 전에 했던 생활쓰레기 수거도 먼지나 오물이 많아 폐질환 위험이 있고, 깨진 유리 같은 것에 다치는 일도 많아서 산재율이 높았어요.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데, 노동자들은 회사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산재처리를 안 하는 경우가 많죠."
노조가 없는 업체에서는 더욱 크게 다쳐도 경상 처리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지형씨가 있는 청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8년에 청소차량 운행 중 차가 전복되어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 부상한 노동자가 입원해 있으면서 산재처리를 받지 못하고 퇴사했어요. 저희는 음식물 처리 업체인데, 여름철에는 구더기나 쥐 때문에 놀라는 일도 많아요. 번화가나 상가 쪽에서 일하다보면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례도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