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체포 국민특검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4.3 특별법의 전면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18일에는 이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2월 안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제주 출신인 오영훈 의원 등 130명의 제안으로 지난해 7월 27일 발의된 특별법 전부개정안은 4.3 해결에 필요한 업그레이드된 조치들을 담고 있다. '제안 이유'에도 설명됐듯이 2000년 1월 12일 제정된 기존 특별법은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춘 반면, 지금 추진 중인 개정은 명예회복 및 보상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안 이유에서 오영훈 의원 등은 "제주 4.3사건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에 대한 사형 등을 선고한 군법회의의 유죄 판결을 무효로 하고, 군사재판 이외에 제주 4.3사건과 관련하여 유죄 판결을 받은 희생자에게는 적절한 명예회복 조치를 취하도록 하며, 희생자 및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제주 4.3사건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제주4.3트라우마 치유센터를 건립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개정 취지라고 밝혔다.
4.3은 제주 인구 25만 중에서 3만 정도(정부 발표는 1만4000명 정도)가 이승만 정권 및 서북청년단과 미군정에 의해 희생된 국가폭력 사건인 동시에, 민족분단을 기정사실화하는 남한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민족주의적 의거였다.
1980년 광주 5.18을 해결하는 과정은 한국 사회를 좀더 나은 사회로 진보시켰다. 전두환의 뻔뻔함에서도 나타나듯이 완전한 해결까지는 아직 요원하지만, 이제까지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상당 정도 탈바꿈시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폭력과 민족주의적 의거를 재조명하는 제주 4.3의 해결 역시 한국 사회에 그런 기여를 하고도 남는다. 인권·민주주의·민족 문제 뿐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지역 문제도 내재된 사안이다. 그래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4.3 해결을 추진한다면, 우리 사회가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진일보를 이룰 수 있으리라 전망할 수 있다.
4.3이라는 코드가 우리 사회의 진보 및 발전과 관련된다는 점은, 어느덧 한국 극우의 대명사가 된 전광훈 목사의 발언에서도 역설적으로 표출된다. 극우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사회발전과 진보를 가로막는 그의 입에서 4.3에 대한 저주가 자주 쏟아지고 있다. 이는 4.3이 핵폭탄 같은 폭발력을 품은 숫자임을 역설적으로 웅변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망언"
지난 16일 눈 내리는 청와대 분수 앞에서 '문재인 체포 국민특검단 특별 기자회견'을 연 전광훈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4.3 추념사를 문제 삼는 한편, 4.3을 북한과 연계시키며 이 사건을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가리켜 "작년에 거기 연설하러 가서... 뭐라고요? 먼저 꿈꾸던 자들을 정부가 탄압했다고요?'라며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작년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습니다"라며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으며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런 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습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발언을 고리로 전광훈은 4.3과 문 대통령을 함께 비난한 것이다.
16일 기자회견에서 전광훈은 "그들이 먼저 꿈꿨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라고 질문한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닙니까?"라고 자답했다. 그는 "제주도 4.3 사건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탄생의 5.10 선거에 참여 안 했습니다"라고 한 뒤 "그들을 향하여 '먼저 좋은 세상을 꿈꿨던 자들'이라고요?"라며 "국가 대통령을 넘어서 인간으로서는 해서 안 될 이런 망언들"이라고 분노했다.
전광훈은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석방된 다음날에도 4.3 모독 발언을 쏟아냈다. 감정적으로 다소 고무된 듯 보였던 작년 12월 31일 기자회견 때는 16일보다 더한 발언을 내뱉었다. 그가 고무된 듯이 보였던 것은 전날 나온 무죄 판결문을 3.1독립선언문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 발언은 이렇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은 위대하십니다. 드디어 국민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제가 받은 이 판결문서는 저 개인에 대한 판결문서가 아니라 1919년 3.1독립선언문과 같이,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광화문광장에서 낭독한 평화선언과 같이, 그리고 일부는 싫어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5.16군사혁명 5.16 공약과 같이, 그리고 6.29 선언과 같은 맥락을 이어가는 판결문이 어제 내려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이승만 광장'이라 하지 않고 '광화문 광장'이라고 부른 점도 인상적이지만, 자신의 존재를 3.1운동에까지 연결시킨 점은 훨씬 더 인상적이다. 이처럼 다소 고무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4.3 추념사를 거론하던 그는 아래와 같은 발언까지 내뱉었다. 4.3 때 제주도 일부에서 5.10 총선이 치러지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다가 튀어나온 대목이다.
"그래서 제주도는, 미안하지만 그때 그 자리에 살았던 (제주도)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 앞에 사과해야 돼요. 왜? 5.10 선거를 안 했거든요. 대한민국 탄생 선거 못했거든요."
위와 같이 발언한 뒤 "이걸 가지고 '먼저 꿈꿨던 자들'이라고요? 대통령이 이따위 연설을 한다면 역사와 민족 앞에 용서 못 받습니다"라며 전광훈은 열변을 토했다.
그의 막말이 보여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