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립지원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인강원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장애인 집단거주시설 인강원은 한때 '서울판 도가니'라고 불릴 정도로 내부의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했으나 현재는 거주인들의 지역자립을 일선에서 지원하며 궁극적으로는 시설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인강원의 윤제원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감염병에 특히 취약한 집단거주시설은 어떠한 방식으로 코로나 확산에 대응하고 있을까. 우선 시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요청했다.
"저희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입니다. 저희 시설에는 현재 43명의 성인 지적자폐성 발달장애인들이 생활하고 계시고,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 정도 됩니다. 저를 포함해서 37명의 종사자들이 같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강원은 1968년에 처음 운영을 시작한 시설인데, 5~6년 전에 '서울판 도가니'라는 오명이 생겼을 정도로 인권침해나 시설 운영 비리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시설이에요. 그런 내부적인 문제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과거 운영진들에 대한 형사처벌 등이 다 이루어지고, 지금 서울시에서 파견된 공익이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집단거주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이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공익이사들이 투입된 초창기부터 탈시설을 추진해 왔고요. 5~6년 전까지만 해도 100명의 거주인들이 계셨는데, 아까 말씀 드린 대로 43명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그만큼 나머지 분들이 지역사회로 탈시설하신 거죠.
저희는 2019년 11월에 법인 이사회에서 시설 폐지를 결의했어요. 지금 시설 내 거주하시는 분들을 다 1인 1주택, 각자 자기 집을 갖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원주택으로 이전을 하시도록 돕고 있어요. 또 기존 시설물은 다른 형태의 발달장애인 서비스 기관으로 변형해서 운영을 하려는 계획을 서울시와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시설을 폐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당면하고 있다.
"시설의 경우 거리두기 단계 변화에 세밀한 영향을 받는다기 보단, 코로나 초반부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기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2월부터는 외부와의 차단이라는 전제 하에 운영을 하도록 지침이 내려왔다고 할 수 있겠고요. 외출을 당연히 금지하게 되고, 외부에서의 출입도 승인 및 허락과 방문 기록을 반드시 수반하도록 하고 있어요. 외부 프로그램들을 대부분 중단할 수밖에 없고. 봉사자라든가 원 가족 등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의 방문까지도 조절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러면 지역사회 경험 차단이라는 문제가 생겨요.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일 년 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니까 그간 쌓아놓은 경험들이 다시 무너지는 거죠. 가령 기존에는 거주인에게 필요한 여러 개인적인 물품들을, 가능하면 거주인들이 직접 구매하도록 지원을 했었어요. 설령 경제개념이나 물품 구매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꾸 그런 곳에 가보아야지만 이후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지금은 그런 것들이 전혀 불가능해졌죠. 그래서 앞으로 지역에서 자립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준비들을 새롭게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또 서울시에서 권리중심형 복지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에게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데요. 저희 시설 거주인분들도 여기에 참여하고 계셨는데,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참여를 못하고 계세요.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하다 하더라도 직장과 고용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잖아요. 지역사회에 사시는 장애인분들은 복지일자리에 계속 참여하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시설 거주인분들은 시설에 사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으시는 거죠. 집단시설에 거주하고 있다는 상황과 장애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야기되는 두 가지 차별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위와 같은 문제들은 거주인들의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거주인들이 시설 내에서만 생활해야 해서 받는 스트레스나 갑갑함이 여전히 크긴 하죠. 과잉행동이 나타나는 분들도 실제로 많이 계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상황을 이해하시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밖에 못 나가게 하니까 무단으로 나가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죠.
그래도 거의 1년이 되다 보니까 거주인들도 마스크 착용 같은 부분에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셨어요. 가령 우리 거주인들은 거의 다 언어표현이 잘 안 되시는 분들이고 비언어적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하시거든요. 외출을 하려면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규칙이 1년 동안 반복되다 보니, 예전에는 외출을 하고 싶으시면 신발이나 외투를 가져오시는 식으로 외출의 욕구를 표현하셨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가지고 나와서 외출하고 싶다는 표현을 하시곤 해요."
- 시설 운영과 관련한 정부 지침의 공백이 있는지 묻자, 시설 내 확진자 발생을 대비하는 사전 지침이 부족하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방역 관련 지침 같은 것들이 디테일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요. 여태까지 예방을 위한 지침들은 많이 내려왔지만, 집단감염이 실제로 발생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집단거주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생긴 경우, 다른 대안 없이 코호트격리를 한다는 게 암묵적으로 공유되고 있어요.
최근에 송파구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그전에도 여주랑 철원에 있는 시설들 중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곳에서 코호트격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코호트 격리를 하는 과정 속에서 짧은 기간 동안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거예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시설 내 감염이 있으면 코호트격리 이외의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시설의 원장님들에 의하면, 별도의 자가격리 공간이나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 시설 같은 경우 송파구 감염 사례를 보고 최근에 자체적으로 확진자 발생 시 대처 매뉴얼을 마련했어요. 사용이 안 되기를 바랄 뿐이지만, 위에서 지침이 나오는 걸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자체 매뉴얼을 만들었지요. 매뉴얼은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으로, 최대한 거주인들이 1인 1실에 생활할 수 있는 거주시설 밖의 자가격리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미리 지자체에 요구를 해놓았어요.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 휴무 중인 인근 지역 숙박시설을 확보해서,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거주인들이 옮겨갈 곳을 마련해 달라고 도봉구에다 요청을 해놓은 거죠. 직원들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고, 추가 인력이 얼만큼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매뉴얼과 함께 협조 요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그것에 대한 답변은 아직까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