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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두 달만에 용산구 사업 독점한 업체의 비결

[시민이 바라본 용산 지방자치 7] 음식물 쓰레기 RFID 감량기 사업과 감사원의 감사

등록 2021.03.20 19:44수정 2021.03.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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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RFID 감량기의 모습
용산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RFID 감량기의 모습온라인 갈무리
 
서울시는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을 위해 무선인식(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감량기(이하 RFID 감량기) 보급 사업을 2011년부터 시작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설치된 기기 대수는 총 1만 6208대라고 한다. 시범사업을 시작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약 12억 원의 국비를 투입했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총 100억 원에 가까운 시비를 투입해 RFID 감량기 보급 사업을 진행했다.

2019년 기준, 공동주택에 약 1700대 가량 보급된 것으로 확인된다. 430만 가구의 공동·단독주택이 있는 서울시의 24%에 해당하는 103만 가구가 이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줄여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2021년 현재, 기후 위기 극복과 그린뉴딜, 코로나19와 오랜 기간 싸움을 하고 있는 이 시국에 과연 적절한 정책인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구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RFID 감량기 사업을 진행하고 계속해서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설치장소별로 다르지만 RFID 감량기 보급으로 인해 용산구 관내 음식물 쓰레기는 대략 26~64% 사이의 감량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2020년에는 6억 3천만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고 그 중 70%에 해당하는 4억 4천만 원을 집행했다.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1억 9천만 원은 불용된 셈이다. 예산 등 관련된 세금이 어떻게 낭비되었는지는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의 감사원 감사

용산구의 RFID 감량기 보급은 2012년 시범사업부터 2021년 본사업까지 모두 '가'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가' 업체는 '나' 업체와 협약을 맺어 RFID 감량기를 조달받아 독점적으로 용산구 내에서 이 사업을 모두 진행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 업체는 1992년 2월 대전에서 설립되어 지금까지 RFID 감량기를 생산 운영해오던 업체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구로구, 서초구 등에서 공동주택 RFID 감량기 설치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4년부터 6년 동안 조달청의 조달우수제품으로 선정되는 한편 처리기기와 폐기물 처리 방법에 대한 특허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괜찮은 기업으로 평가되는 듯하다.

하지만 '가' 업체는 많이 다르다. 2012년 4월 용산구청과 가까운 용산구 녹사평대로 인근에 설립된 것으로 확인된다. '가' 업체는 같은 해 6월 용산구청의 RFID 감량기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대한민국의 어느 기업이 설립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본 사업을 시행하기 전 사업성을 평가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022년이 되면 '나' 업체는 설립 30주년이 되고, '가' 업체는 겨우 설립 10주년이 된다. 실력도, 경험도, 자본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기업에게 도대체 무엇을 믿고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는지 용산구청에 묻고 싶다.
 
 왼쪽은 2016년 감사원에서 감사 받은 내용이고 오른쪽은 2019년 감사원에서 감사 받은 내용이다. 두 번의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징계와 주의요구 처분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통보까지 받은 사항이다.
왼쪽은 2016년 감사원에서 감사 받은 내용이고 오른쪽은 2019년 감사원에서 감사 받은 내용이다. 두 번의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징계와 주의요구 처분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통보까지 받은 사항이다.설혜영

용산구청은 RFID 감량기 사업과 관련해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나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되었다. 감사원은 두 번의 감사를 통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주의 처분을 내렸다.

2014년 11월 말 용산구는 "2015년 음식물류폐기물 위탁처리업체 선정계획"을 수립하여 제한입찰 방법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내용의 입찰공고를 냈고, 총 6개의 업체가 이에 응찰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업무 담당자가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계획할 당시에 수립한 심사기준표에 맞지 않게 평가해 부적격업체가 계약업체로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2017년 10월 용산구의회에서 한 구의원이 구청장 친인척 회사에 소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구정 질문을 했다. 용산구의회에 출석한 김성수 당시 부구청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저희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일부 언론이라든지, 주민들께서 확실치 않은 팩트로써 "이런 얘기가 있다.", 또는 예를 들어서 "참여 못하게 한 압력이 있었다."든지, "VIP의 친인척과 관계가 있다."든지, 그리고 "공정한 선정이 되지 않도록 어떤 압력이 있었다."든지, 이렇게 지금 말씀하시는데요, 참 팩트가 아닙니다. 전부 다. 가급적이면 질의·답변은 정확한 팩트에 의해서 질의를 해 주시고, 저희도 정확한 팩트에 의해서 답변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2017. 10. 20. 제235회 서울특별시 용산구의회 제3차 본회의

10월 20일 용산구의회에서 부구청장은 위와 같이 강력부인했으나 10월 25일 용산구청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사실을 실토했다. 구의회 연단에서 발언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가' 업체에 이사로 있는 조아무개씨가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친인척임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청장님의 친척이 업체의 사내 이사로 근무하는 건 맞습니다. 그치만 애당초 확인되었더라도 그것은 검토 대상도 아니고 고려 대상도 아닙니다. - 2017. 10. 25. 용산구청 확대간부회의

감사원 지적에도 솜방방이 처벌
 
 2019년 감사원 감사결과 내용 중 '음식물류폐기물 감량기 사업 위탁 흐름도' 재구성
2019년 감사원 감사결과 내용 중 '음식물류폐기물 감량기 사업 위탁 흐름도' 재구성서한솔
 
2019년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보고서에는 이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 A씨의 의견이 담겨 있다. 공무원 A씨는 당시 업무가 과다해 잘못된 업무처리를 했고, 당시에는 관련 법령이나 기준, 가이드라인 등이 미비한 상태에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해명은 용산구의회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구의원들의 구정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도 계속해서 나오는 단골 멘트가 되어버렸다. 또한, 감사원은 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기준을 직접 기안한 담당자로서 입찰공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적격심사기준도 변경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9년 감사에서는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 용산구가 위탁업체 등에 대한 사후관리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폐기물관리법과 같은 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위탁받은 폐기물 처리업무를 다른 업체에 재위탁하거나 재위탁 받을 수(재재위탁) 없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나' 업체는 또 다른 업체 '다'와 '라'에 음식물 폐기물을 재활용하도록 하는 재재위탁을 준 것이다.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공고된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법령을 위반한 때에 구는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용산구는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업무를 재위탁하거나 재위탁 받은 업체에 대해 허가취소,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 및 고발을 하는 한편 사후관리 업무를 철처히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용산구는 그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입찰 참가자격 제한 3개월 처분이 전부였다.

설립 2개월만에 시범사업을 진행한 '가' 업체가 용산구의 RFID 감량기 사업을 맡아 운영한 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용산구는 두 차례의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감사원에서는 행정처분 및 계약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그러나 용산구는 이 사안에 대한 구의원들의 질문에 "주민 불편이 예상되기도 하고 더 많은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모될 수" 있어서 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을 하고 있다. 지금도 용산구는 여전히 '가' 업체와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서울시 용산구의회 설혜영 의원(정의당, 행정건설위원회) 비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용산구 #RFID감량기 #음식물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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