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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망명길에 올라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 / 21회] 예관의 망명준비는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등록 2021.05.23 17:45수정 2021.05.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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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관 신규식 선생.
예관 신규식 선생. .
 
고국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신변 정리를 서둘렀다.

그동안 민족운동에 뜻을 같이해온 박찬익ㆍ조성환과 만나 향후 대책을 상의하면서 의형제를 맺었다. 세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로 망명하고 이후 오랫동안 독립운동과 대종교 활동을 함께 하였다. 

예관의 망명준비는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망명자금 마련을 위해 그는 우선 분원 자기공장을 처분했다. 그리고 궁골 15칸의 초가집(서모 이씨 몫)도 처분했다. 그러나 액수는 불과 7백여 원에 지나지 않았다. 어림없는 액수였다.

그는 장안의 부자 정두화(鄭斗和:김가진의 사위)와 예산 정명선(鄭明善)에게 협조를 구해 상당한 액수를 얻어냈다. 또 광업회사의 외상을 거둬들이고 지출을 일체 중지하여 현금을 꽁꽁 뭉치니 모두 2만여 원(일설일 뿐 정확한 액수는 아님)이 되었다. 쌀 한 가마에 2원 50 전 할 때이니 2만 원이면 큰 돈이었다. 계획을 세운지 6개월 여 만의 결실이었다. 

그는 미안스런 생각도 다소 들었다. 언제나 인자하고 끔찍이도 자기를 위해주는 서모의 집을 판 것과, 또 이해와 협조를 아끼지 않는 선배 윤치소에게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회사 돈을 몽땅 거두어 들였으니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주석 1)


고향에 내려가 종친 신백우를 만나 망명의 뜻을 전하고 관립외국어학교에 다시는 동생 건식에게도 알렸다. 친구들이 총독부 경찰에 속속 구속되고 있어서 망명 준비는 비밀리에 급속히 추진되었다. 하여 그동안 더불어 일해오던 동지ㆍ친지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하였다.


망명을 떠나면서 맏형님 정식에게 시문을 지어보내었다. 부모님께는 크게 놀라실까봐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날 낳아 기르신 부모님이 계신데
 허둥대며 떠나느라 인사도 못 올렸네
 천하를 위한다는 것도 빈 이름 뿐
 훗날 불효자란 말 어이 감당하료. (주석 2)



망명 직전에 친구 중의 하나가 일경에 구속되었다. 다음은 「행장을 꾸미며 - 벗의 체포소식을 듣고」이다.

 오늘밤은 새장에 갇힌 새이지만
 내일은 바다 위의 갈매기 되리
 별안간 세찬 풍광 소리 들리니
 그 누가 나와 함께 배를 타리오. (주석 3)


1911년 초봄, 32세의 젊은 망명객은 생전에 다시 못오게 되는 고국산천을 뒤로 하고 홀연히 길을 떠났다. 압록강을 건너 안동현(단둥시)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사하진을 출발, 요양의 고려문을 지나 심양에 도착, 이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리고 심양을 출발하여 신해관을 지나 북경으로 들어갔다. (주석 4) 산해관에 이르러 시 한 수를 지었다.

 청구 땅엔 해가 지고
 산해관에 하늬바람 불어치는데
 충정으로 불타는 섭군의 말삼
 이 가슴 한없이 후덥쳐주네. (주석 5)


주석
1> 이이화, 앞의 책, 242쪽.
2> 『전집②』, 97쪽.
3> 『전집①』, 99쪽.
4> 김동훈 외, 『신규식 시문집』, 7쪽
5> 신승하, 『예관 신규식의 중국혁명당인과의 관계』, 『김준엽교수화갑기념논총(중국학논총)』, 596쪽, 중국논총 간행위원회, 1983.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신규식 #신규식평전 #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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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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