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소년들이 직접 리모델링한 소년분류심사원 교실
최원훈
잠시 분노를 다스리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연령을 한두살 낮추자는 것은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도 형사처벌해서 교도소로 보내자는 것이다. 또한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서 한 명이라도 더 형사처벌하자는 엄벌주의는 소년사법의 형사사법화를 초래하면서, 소년범죄에 대한 전반적인 처벌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돼야 할 소년들 상당수가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현재 형사재판을 받는 소년범들은 구치소에 성인들과 함께 수용된다. 이러한 수용환경은 범죄 학습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형사법정에 서는 소년범이 늘어나면,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소년구치소와 소년교도소를 새로 지어야 한다. 하지만 수용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님비현상과 집값 문제 때문에 구치소와 교도소 증설은 추진 자체가 힘들다.
그렇다면 기존의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소년범들을 성인범들과 같은 공간에 수용해야 할 것인데, 이는 소년범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포기한다는 전제에서 실행될 수밖에 없다. 구치소 생활을 해본 소년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너무 편해요. 방에서 성인범들이 영치금으로 산 햄이나 닭고기 같은 간식 실컷 먹고, 하루종일 TV 시청하고, 잡담하고, 운동도 시켜주고."
오히려 재범률을 높인 엄벌주의
1990년대 미국은 '형사 이송 제도'를 확대했다. 강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 위험성이 높은 소년범은 소년 법원이 아닌 형사 법원으로 보냈다. 나이가 어려도 성인과 같은 기준으로 처벌하는 제도였다. 이를 통해 수많은 소년범들이 형사법원을 거쳐 중범죄자가 됐고, 성인교도소에 수감되는 소년범의 수도 증가했다.
그러나 소년범의 범죄감소 및 재범억제 효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제도 도입 후 범죄를 저지른 19세 미만 소년들의 재범률은 오히려 더 높아졌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데 걸린 시간도 짧아졌다. 교도소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과 범죄 학습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2004년 형사 처벌 기준 연령을 높이는 등 형사 이송 제도를 축소했다. 덴마크에서도 형사 처벌 기준 연령을 15세에서 14세로 낮췄다가 재범률 증가 등 부작용으로 상향 조정한 사례가 있다.
반대로 범죄에 대한 응보가 아닌 갱생과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춘 노르웨이의 개방형 교도소는 호텔급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강력범들이 햇살이 쏟아지는 쾌적한 원룸에 거주하면서 악기 연주 등의 취미 활동까지 한다. 교도소는 도서관, 식료품점, 교회 등의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노르웨이는 중범죄자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투자해서 재사회화의 기회를 부여했고, 실제로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노르웨이 개방형 교도소의 재범률은 20%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교도소 출소자의 재범률은 80% 정도라고 한다.
더군다나 소년원은 교도소가 아니다.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으로 소년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사회화하는 교육기관이다. 노르웨이 교도소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인권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
인권친화적인 환경의 중요성
지난 기사(관련 기사 :
죄질 나쁜 소년범? 이들을 교화하는 마지노선이 있다 http://omn.kr/1t9j1)에서 소년범을 교화하는 마지노선이 소년원 학교라고 했다.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소년원 학교의 역할과 기능은 교육을 통한 재사회화가 아니라, 소년범을 일시적으로 사회와 격리하는 수용시설에 머물게 된다. 이는 소년범이 성인범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교정시설 유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소년원에서 생활관 호실과 학과장 교실의 시설과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소년원은 가정과 학교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니, 소년들이 생활하는 방은 집 같아야 하고, 교실은 학교 같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