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참여자들. 공공운수노조제공
김호세아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진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오랜 시간 끝에 진도에서 서울로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올라왔다. 그녀의 괴롭고 외로웠던 마음 속 고통의 깊이는 진도에서 서울의 거리보다 훨씬 깊을 것이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징계를 목적으로 한 반복적인 징계위 소집, 정당한 사유 없는 업무배제, 협박과 폭언, 무시 등 피해자의 피해가 담겨있는 결정문을 본다면, 과연 이러한 직장에서 어떻게 그동안 일할 수 있었을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곳은 분명 직장이 아니라 지옥이었을 것이다.
피해자는 힘들게 자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으나, 인정받은 것 그 뿐이었다. 허술한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주변 상황은 피해자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피해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 조력자들은 피해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있어서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노동조합과 노동권익센터 뿐이었다. 피해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있어서 책임이 있는 자들은 과연 우리만큼 최선을 다했는지 되묻고 싶다.
수많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 송곳처럼 한 명의 노동자가 저항하기 시작했고, 진도에서 있었던 직장 내 괴롭힘이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노동자 개인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그 용기와 함께 싸울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고 싶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중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하루 빨리 법과 제도 등을 정비하여 노동자들을 보호하라. 모든 노동자들의 희생에는 관계부처의 안일한 대처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현장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행복하지 않은 사회복지 노동자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마음의 병이 들어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의 행복은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우리의 노력은 이번 기자회견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피해자가 당한 괴롭힘만큼 더욱 끈질기게 지역사회와 관계부처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당장 내일은 피해자의 인사위원회가 있는 날이다.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만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현재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헤쳐나가야 한다.
이번 외침이 단순히 진도의 지역사회 문제로만 그치지 않길 원한다. 한명의 노동자가 살고, 이 사건을 보고 있는 수 많은 제 2, 제 3의 피해자들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송곳처럼 저항하길 바란다.
송곳도 더 많이 모일수로 더 아프게 찔리기 마련이다. 노동조합으로 함께 모여 그 누구도 뽑아버릴 수 없는 송곳이 되자.
우리들은 피해자와 지금 어딘가에 있을 수 많은 피해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직장 내 괴롭힘에서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고용노동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즉각 시행하라.
하나. 전라남도지사와 진도군수는 이번 직장 내 괴롭힘 상황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
20201년 6월 17일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직장 갑질 인정 받았지만, 피해자 징계 받을 위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