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은 야영장 앞에 있는 해안.
이강진
많은 관광객으로 활기 넘치는 누사 헤드(Noosa Heads)를 떠난다. 야영장에서 함께 지내며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던 부부는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다음 목적지로는 해안 도시, 허비 베이(Hervey Bay)를 택했다.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기 때문에 계속 해안 도시에 머물게 된다. 허비 베이는 인구 6만 명 정도 되는 도시다. 누사 헤드에서는 200km가 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 여유를 갖고 운전할 수 있어 좋다.
일찌감치 허비 베이에 도착했다. 야영장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한적하다. 어느 정도 익숙한 솜씨로 캐러밴 설치를 끝냈다. 점심시간이다. 식사도 할 겸 시내 중심가를 찾아 나선다. 시내로 가려면 해안 도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마음마저 시원하게 한다. 도로에는 자전거 경기가 열린다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날짜를 보니 내일이 경기하는 날이다.
중심가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을 찾았다. 바다를 마주한 경치가 좋은 곳에 있는 식당이다. 음식을 시키려고 카운터로 가는데 청년이 말을 건네온다.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한다.
일본에 오래 살았다고 한다. 중국말도 조금 할 수 있다며 아시안에 대해 친숙함을 나타낸다. 외진 곳에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요즈음은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김치를 먹어 보았다는 사람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다음날 게으름을 피우며 늦은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열린다는 시골장을 찾아 나섰다. 어제 운전했던 해안 도로는 자전거 경기로 들떠있다. 그룹으로 유니폼을 입고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사이클리스트가 보기에 좋다.
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자전거로 여행하는 젊은이를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는 작은 텐트를 자전거에 싣고 오지를 몇 개월씩 여행하는 젊은이도 만날 수 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동네 중심가에서 열리는 시골장에 도착했다. 시골장에는 제법 큰 무대도 마련해 놓았다. 무대에서는 기타로만 구성된 밴드가 흥을 돋운다. 연주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나이 든 사람이 많다. 노후에 기타를 치며연주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악보를 보며 기타를 연주하면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시골장에서 제일 많이 눈에 뜨이는 것은 열대 과일이다. 마켓 끝자락에서 배추를 비롯해 두부도 만들어 팔고 있는 아시안이 눈에 띈다. 아마도 중국 사람일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신선한 채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동남아 여행에서 많이 보았던 열대 과일도 몇 개 골랐다. 계산하려고 하는데 장이 끝날 때가 되었다며 파를 비롯해 몇 가지 채소를 얻어 준다. 인심 좋은 시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