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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서 선택한 이 식물

[만고땡의 식물 이야기] 키우기가 참 무던한 극락조화... 새로 돋아나는 잎도, 꽃도 신기

등록 2021.07.27 07:26수정 2021.07.2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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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식물이나 꽃은 인물의 속마음을 넌지시 전하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운명을 예시하기도 하고, 적절한 상징으로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눈여겨보다 보면 재미나게 활약하고 있는 꽃과 식물을 만날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주로 꽃말을 상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1차적이고 단순한 은유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유독 메밀꽃이 자주 등장했다.

어느날 김신(공유 역)이 느닷없이 소환되어 얼떨결에 지은탁(김고은 역)에게 메밀꽃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메밀밭에서 첫키스를 나누고, 결국 메밀밭에서 꿈결 같은 결혼식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운명이라고 귀띔한다. 누가? 메밀꽃이. 메밀꽃의 꽃말이 바로 '연인, 인연'이다. 

그윽한 분위기는 메밀꽃이 만들었지만, 실속을 차린 건 '목화'였다. 지은탁의 졸업식 날, 삼신할매가 나타나 목화꽃다발을 선물한다.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달달한 로맨스가 피어나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늘 외톨이였던 지은탁을 엄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목화꽃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 장면 때문에 그해 목화는 대박이 났다. 졸업식날 목화꽃을 구하느라 꽃집들은 이리저리 난리법석이었다. 날도깨비 같은 일이 벌어졌고, 이제는 꽃집 어디에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아이템이 되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이렇게 복스러운 대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에게 선택 받은 식물
 
 영화 <기생충>에 나온 극락조화. 박사장의 대저택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극락조화. 박사장의 대저택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네이버

최근 영상 매체에 등장한 식물 아이템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극락조화'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의 으리으리한 대저택 거실에 놓였던 바로 그 식물이다. 자질구레한 살림살이의 흔적은 싹 치워지고 한껏 고급스럽게 단장한 집에 거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존재였다.

햇살이 내리쬐는 통 창 너머로 우뚝 자리한 극락조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모든 물건은 거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고, 각자 맡은 바 소임을 하기 위해 등장한다.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선택이지 않은가. 극락조화는 이 집의 고급스러움, 부유함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식물이었다.  
 
극락조화의 절정은 지금이구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기정화 식물로 꾸준하게 상위권에 랭크되던 극락조화의 위상이 이 한 장면으로 입증되었다. 게다가 봉준호 감독 영화에 등장하니까 어쩐지 더 특별하고 위엄 있어 보였다.

실제로 큰 사이즈의 극락조화는 귀한 편이라 호텔이나 대형 병원, 카페 같은 곳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번 그렇게 자리를 잡으면 생명력이 강해서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시원한 모양새가 좀체로 변하지 않아 한결 같다. 한 마디로 앞날이 별 걱정 없다.
 
하지만 크지 않은 극락조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식물 초보자가 키우기에도 적합하다. 극락조화는 장식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시원하게 뻗은 초록잎을 감상하는 식물이다. 이런 단순한 모양새가 취향에 맞는다면 한 번쯤 키워 봐도 좋다.

아기자기한 소통을 원한다면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인데 성격이 까다롭지 않다는 건 정말 이상적인 경우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극락조화가 그럭저럭 자라고 있다. 키우기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단,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는 편이라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는 주의를 줘야 한다.

한번 보면 절대 잊기 어려운 극락조화 꽃
 
 이 정도 크기는 집에서 키우기 좋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아파트의 삭막함을 극락조화가 달래준다. 고맙다.
이 정도 크기는 집에서 키우기 좋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아파트의 삭막함을 극락조화가 달래준다. 고맙다.김이진
 
나는 극락조화가 이렇게 무던한 식물인 줄 몰랐다. '나는 내 알아서 잘 자랄 테니 별 신경 쓰지 마쇼'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무뚝뚝한 인상보다는 우직한 쪽에 가깝다.

극락조화는 남아프리카 원산지이고, 파초과 식물이다. 그래서 더위에는 상당히 강한 편이고 추위에는 약하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빛 환경에서는 무던하게 자라고, 여름철 열기도 꿋꿋하게 견딘다.

여름철에 지나치게 건조하다 싶으면 잎에 스프레이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물을 많이 줘서 뿌리가 썩어 버리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살리기 어렵다. 그리고 겨울철 추위만 적절하게 막아주면 아주 오랫동안 곁을 내주는 든든한 식물이다.
 
뭐든 급하지 않게 드러내는 점잖은 성격이라 죽어가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잎 끝 부분이 마르거나 검게 변하는 등 조금의 변화가 보인다면 물이나 볕을 점검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처음 화분에 심을 때 아래쪽에 물 빠짐이 수월하도록 배수층을 만들어주면 좋다. 그런 다음 겉흙이 바짝 말랐을 때 물을 충분히 주면 된다. 살랑살랑 바람을 좋아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 거 참, 성격 좋고 쿨한 친구다.
 
새 잎이 돋아날 때는 은근 신비주의다. 줄기 사이에 작은 싹이 돋아나서 더디게 더디게 자란다. 아주 꽁꽁 말린 채, 찔릴 것처럼 뾰족하게 위로만 자라다가 어느 순간 촤라락 잎이 펼쳐진다. 작은 잎이 돋아나서 크게 자라는 게 아니라 다 커진 잎을 한순간 보여준다. 활짝 펴지면 이미 옆에 있는 잎과 같은 크기다. 색감만 옅은 연두빛을 띨 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한 능력이다.
 
 새 잎이 자랄 때는 단단하게 여민 채로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이렇게 뾰족하게 위로만 자라다가 촤라락 잎이 펼쳐진다.
새 잎이 자랄 때는 단단하게 여민 채로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이렇게 뾰족하게 위로만 자라다가 촤라락 잎이 펼쳐진다.김이진
 
극락조화라는 특이한 이름은 'bird of paradise flower'라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꽃 모양이 호주에서 서식하는 극락조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꽃의 모습과 확연히 달라서 꽃 핀 모습을 한번 보면 절대 잊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다. 녹색의 포엽에 주황색 빛깔 꽃이 피어나는데 정말 새가 날개를 펼친 모양 같다. '신비, 영원불멸'이라는 꽃말이 왜 붙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극락조화는 극락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정말 독특하게 생겼다.
극락조화는 극락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정말 독특하게 생겼다. 김이진
 
특별한 꽃이니 이미지를 탐내는 곳도 많다. 2017년에는 그룹 엑소가 'KOKOBOP' 앨범에 극락조화를 사용했었다. 이때도 정말 반갑고 놀라웠다. 그러다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가장 충격적인 모습의 극락조화를 만났다.

아이와 레고 제품을 고르다가 이게 도대체 뭔가 하고 발견했다. 레고 보태니컬 컬렉션에서 총 1173개의 부품으로 조립하는 극락조화 레고가 출시된 것이다. 레고 블럭으로 조립하는 극락조화라니! 아직은 너무 낯설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극락조화의 새로움은 까도까도 끝이 없고, 또 어떤 모습으로 놀래켜 주려는지 모르겠다.
 
 맙소사. 레고 블럭으로 조립하는 극락조화라니!
맙소사. 레고 블럭으로 조립하는 극락조화라니!레고홈페이지
   
#식물 이야기 #극락조화 #기생충 #만고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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