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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밖 이들은 잘 모르는, 전문위원의 놀라운 권한

[주장]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 국회의원의 수행 능력은 얼마나 될까

등록 2021.07.22 13:30수정 2021.07.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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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Pixabay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또 국회의원과 전문위원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과거 국회에 근무했던 필자는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항상 고심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바로 7월 12일자 <아시아경제>에 게재된 "정무위 전문위원실 단톡방·유튜브발 불량코인 유사투자자문업 단속해야"란 제목의 기사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이 '가상자산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오픈채팅방·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는 불량코인 투자자문 영업형태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 발의된 4개 법안(이용우·김병욱·양경숙·강민국 의원안)에 SNS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체채팅방을 통한 불량코인 투자자문 행태가 만연하니 규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법안1소위원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되는 자료(강조-필자)로, 향후 법안 병합심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는 "4개 법안에는 관련 규제 내용이 없지만, 최근 오픈카톡,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수취하는 영업행태가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 방안도 필요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편 가상화폐 관련 4개 법안(이용우·김병욱·양경숙·강민국 의원안)은 13일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1소위원회로 회부된 뒤 이달 중 본격적인 법안심사가 진행된다. 법안 1소위 심의 과정에선 수석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강조-필자).
 
국회공무원, 의원 '지원'을 넘어 입법까지 판단·결정한다?

국회 공무원은 국회의원을 '지원'하는 위치에서 '지원'하는 업무에 종사해야한다. 대개 사람들은 한국 국회도 당연히 그렇게 운영되고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른바 '검토보고'는 국회의원에게 '지원' 차원을 넘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상 국회 공무원이 국회의원의 '상위'에 존재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하나하나 판단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는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입법의 근본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면서 국회의원에게 입법권을 부여한 것이지 국회 공무원에게 입법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 국민들이 입법권을 부여하지 않은 국회 공무원이, 이렇듯 입법을 주도하면서 행사하는 이 과정은 '위헌'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공동취재사진
 
이렇듯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입법을 좌우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정보와 로비도 국회의원이 아니라 전문위원에 몰리게 된다. 각 상임위 소관 행정부처를 비롯해 이를 테면, 법원행정처나 검찰의 각종 자료와 정보가 전문위원실로 보고되며 각종 로비단체와 이익단체의 주장과 로비도 전문위원실로 쏠린다. 오늘날 국회 전문위원실은 국회 입법의 '핵심'이 됐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법안 발의만 하면 된다. 더구나 법안발의 건수로 소속 정당 공천 점수도 결정되고, 시민단체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으니 '무책임한' 날림 법안발의 건수가 많아진다. 한국 국회의 법안발의 건수는 세계 의회에서 당당한 1위다. 겉으로 보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야말로 '소리만 요란한 깡통' '빛 좋은 개살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국회공무원의 검토보고 제도, 의원의 '직무유기' 아닌가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왜 이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우선 이 전문위원 검토보고 제도가 박정희 유신정권 무렵부터 존재한 시스템으로서 이미 수십 년이나 '관행'으로 굳어진 탓으로 보인다. 그래서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본래 법안 검토가 국회 공무원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미 국회 공무원의 '파워'가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화되어 버린 점도 원인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이 시스템이 국회의원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만히 있어도 옆에 있는 국회 공무원, 입법관료들이 알아서 해주니 편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독일 의원들의 경우,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법안 검토보고를 위해 분주히 활동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의원들은 그렇게 고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 제도겠는가.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국회 공무원들이 입법을 좌지우지하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이 시스템을 바꾸라는 문제 제기와 시정 요구도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문제 제기도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게 편하고, 귀찮은 일을 할 필요도 없는 현 시스템을 바꿀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한국처럼 국회 공무원이 이렇게 법안 검토를 하면서 국회의원의 상위에서 법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느 의회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국회처럼 국회 공무원이 사실상 법안을 좌지우지, 결정권을 보유하고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의회 시스템 기본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행태다. 그리고 이렇듯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사실상 직무 유기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진정한 의미의 국회의원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각성하고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소준섭씨는 국제관계학 박사로, 국회도서관 조사관을 역임했습니다.
#직무유기 #국회 #법안발의 #검토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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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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