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공동취재사진
이렇듯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입법을 좌우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정보와 로비도 국회의원이 아니라 전문위원에 몰리게 된다. 각 상임위 소관 행정부처를 비롯해 이를 테면, 법원행정처나 검찰의 각종 자료와 정보가 전문위원실로 보고되며 각종 로비단체와 이익단체의 주장과 로비도 전문위원실로 쏠린다. 오늘날 국회 전문위원실은 국회 입법의 '핵심'이 됐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법안 발의만 하면 된다. 더구나 법안발의 건수로 소속 정당 공천 점수도 결정되고, 시민단체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으니 '무책임한' 날림 법안발의 건수가 많아진다. 한국 국회의 법안발의 건수는 세계 의회에서 당당한 1위다. 겉으로 보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야말로 '소리만 요란한 깡통' '빛 좋은 개살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국회공무원의 검토보고 제도, 의원의 '직무유기' 아닌가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왜 이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우선 이 전문위원 검토보고 제도가 박정희 유신정권 무렵부터 존재한 시스템으로서 이미 수십 년이나 '관행'으로 굳어진 탓으로 보인다. 그래서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본래 법안 검토가 국회 공무원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미 국회 공무원의 '파워'가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화되어 버린 점도 원인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이 시스템이 국회의원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만히 있어도 옆에 있는 국회 공무원, 입법관료들이 알아서 해주니 편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독일 의원들의 경우,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법안 검토보고를 위해 분주히 활동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의원들은 그렇게 고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 제도겠는가.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국회 공무원들이 입법을 좌지우지하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이 시스템을 바꾸라는 문제 제기와 시정 요구도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문제 제기도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게 편하고, 귀찮은 일을 할 필요도 없는 현 시스템을 바꿀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한국처럼 국회 공무원이 이렇게 법안 검토를 하면서 국회의원의 상위에서 법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느 의회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국회처럼 국회 공무원이 사실상 법안을 좌지우지, 결정권을 보유하고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의회 시스템 기본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행태다. 그리고 이렇듯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사실상 직무 유기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진정한 의미의 국회의원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각성하고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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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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