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벙커 구스타프 클림트 전국내 최초로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를 선보인 클림트 전의 한 장면.
황의봉
가로 100m, 세로 50m의 이 단층건물은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을 물색하기 위해 2년간 전국을 뒤진 끝에 찾아낸 최적의 장소였다. 2018년 가을 개관하면서 선보인 첫 상영작은 구스타프 클림트 전이었다.
프로방스에서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기에 개관 소식을 듣고는 기꺼이 성산까지 찾아갔다. 전시공간에 들어서자 '키스' '유디트' 등 클림트의 대표작이 빛으로 재창조돼 온 공간을 가득 채웠다. 벽은 물론 천정과 바닥까지 온통 클림트 작품의 화려한 색조로 물들었다. 처음 보는 미디어 아트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두 살배기 손녀도 신기해서인지 좋아라 휘젓고 다녔다.
생애 첫 미디어 아트
미디어 아트라는 예술 장르를 생애 처음으로 경험했다. 사실 이런 형태의 예술이 있다는 것도 잘 몰랐다. 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도 말만 들었을 뿐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히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 신기한 첫 경험은 기존의 미술 감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빛의 벙커 내부로 들어서면 수많은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하다. 우선 엄청나게 넓은 화면(?)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시야를 확대시켜 준다. 묵직한 사운드의 배경음악에 감상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무엇보다 캔버스에 표현된 거장의 원작이 생명을 얻어 살아난 느낌이다. 정지된 풍경이 천천히 바뀌고, 캔버스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박제된 작품에 생동감과 현실감을 부여하는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미술관에서 원작을 대할 때보다 훨씬 더 관객의 감각을 일깨운다. 화려한 컬러의 작품일수록 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감상한다면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
그리고 1년쯤 지났을까 클림트 전에 이어 고흐와 고갱 전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입장료가 다소 비싸긴 하지만 이번에도 빛의 벙커를 찾았다. 저 유명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의 작품이 화려한 빛의 연출로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