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이 보내준 사진 | 2019년, 3.8 여성의날을 맞아 헌재에서 낙태죄 폐지 기자회견이 열렸어요. 당시 저는 페미니즘 학회 학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본 뒤, 광화문 여성의 날 집회에 참석했었답니다.
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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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이나 SNS에 올라오는 한국여노 활동을 본 적 있을 텐데, 단체 성격, 활동 취지를 알고 있는 지지자, 페미워커멤버들은 한국여노의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윤정
제가 친구들 중에서는 페미도 많고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들이 많은데, 여성노동이나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관련한 의제까지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없거든요.
그래서 더 모임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이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고 수면 위로 더 드러나고, 많이 이야기되어야하는, 첨예한 지점이 있는 이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여노 활동들이 이런 이슈들을 중점에 두고 계속 활동하는게 확실하게 느껴지고, 저 또한 이 이슈에 관심이 가니까 계속 함께하는 것 같아요.
혜리
사실 노동 운동에서 여성 이슈 말하면 되지 않냐, 노동 운동에서도 여성 노동 운동한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이전에 노동 운동하는 남성 활동가들이 자꾸 (여성 노동 운동을) 부문 운동이란 식으로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그것 때문에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었어요.
여성 노동의 특수성을 다루고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단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한국여노를 많이 응원했어요.
그리고 한국여노에서 연구 사업도 많이 하잖아요. 그 결과물들이 제 활동에도 많이 도움 되었거든요. 왜냐면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여도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상황이나 조건이 다를 때가 너무 많은데 구분 안 하고 많이 연구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남성 노동자가 대표성을 띄어버려서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상황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들을 짚어줄 수 있고, 계속 지적하고, 운동을 새로 일으키려고 하고. 이런 게 저한테는 너무 힘이 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민경
저도 많이 공감이 많이 되는데, 노동 운동의 남성 중심성에 질려버린 사람들. 근데 페미니즘 안에서 노동 의제가 충분히 얘기 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한국여노에 와서 본 분들 중에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너무 반가웠고, 어떻게 들릴지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을 만나고 나서 '저렇게 크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구체적으로 단위들 간에 분석이 어떻게 다르고 내세우는 대안이 어떻게 다른지, 저는 이런 건 아직 잘 모르거든요.
근데 저한테 한국여노는 여성 노동을 쟁점으로 계속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이고 그것만으로도 저한테는 꾸준히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볼 만한 단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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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회 후원의 밤을 위해 준비한 인터뷰인데, 제가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가고 있어요. 인터뷰 하길 너무 잘했다.. 나 활동하길 잘했다...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의미(?)로 여러분에게 후원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혜리
저는 단체 후원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이거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 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요.
동아리 활동이나 소모임, 프로젝트 할 때에는 사실 한 번도 돈을 받으면서 한 적이 없고, 사비 털어서 해야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사람이 피폐해지는 지를 아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활동 이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더 후원을 계속 늘리게 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민경
저는 사실 용돈 받는 학생 입장이라 후원을 하기에는 진짜 각이 안 나와가지고.. 아직은 못하고 있긴 한데,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단체들이 진짜 많거든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후원을 할 수 있다는 거는 '저 운동이 나랑 무관하지 않다'는 게 기반이 돼야 가능할 것 같아요.
전혀 상관없는 남을 도와준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저게 나의 일이기도 하고 저 단체가 무조건 살아남아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원하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끔 유지 돼야 한다, 이런 생각이 있어야 후원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여유가 생기면 꼭 후원을 하고 싶어요.
윤정
저는 이번 년도까지 계속 백수였고,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후원하기엔 너무 빠듯하기도 했고 그랬어서 아직 후원은 못하고 있었어요. 근데 이제 돈도 벌고 하니까 물건을 그냥 홧김에 사는 것보다 후원하는 방향으로 돈을 쓰는 게 더 뿌듯할 것 같아요. 그래서 혜리 말 들으면서 뭔가 나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좀 들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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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이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존재하길 바라는지, 혹시 바람이 있을까요?
윤정
저는 여기 오면.. 혜리님하고 민경님이 말한 것처럼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는, 심연의 깊은 고민들까지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의 다른 부캐를 보일 수 있는, 부캐가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뿌듯할 때도 있어요. 내가 여러 부캐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단체다, 이런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부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있게 해주는 그런 느낌의 모임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레나
'부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은 '내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들려요!
윤정
맞아요. 내가 사회에 드러내지 않았던, 안 보여줬던 모습을 말하는 거예요!
혜리
페미워커클럽은 일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모였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노동자 정체성, 페미니스트 정체성으로 같이 이야기하고, 지금처럼 책 모임도 하고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큰 꿈일 수도 있는데...
남성 중심적인 노동 운동에 치인 여성 활동가들이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곳이 사실 잘 없고, 저도 친화력이 있는 편이 아니라 활동하면서 만난 다른 여성활동가분들한테 쉽게 갑자기 밥 먹자고 하기가 어렵거든요.
근데 분명 할 얘기들이 많을 거 같아요. 같이 모여 가지고 무언가를 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민경
저는 느슨함에 아직도 적응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텍스트 읽고 발제문 써오고, 그날 성취해야 되는 목표가 있고, 구성원들 개개인은 이걸 얼마나 이해했는지 그날 평가하고, 이런 방식의 활동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얘기들도 충분히 나누고,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갑시다~하면서 돌아가는 그런 느슨함, 이런 분위기가 저는 너무 편하거든요.
그리고 안정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 이게 페미워커클럽의 정체성이라고도 생각해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