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표지판
소준섭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화장실을 찾으면 그 표시가 toilet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이 toilet이라는 영어 단어에 아무런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 이 toilet은 우리가 생각하는 '화장실'이 아니고 바로 '변기'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toilet이 어디냐고 묻게 된다면,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화장실'의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는 바로 bathroom이다. 물론 완곡한 표현이다. '공중화장실'의 경우에는 restroo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이밖에 ladies room, men's room, wemen's room을 사용한다. 캐나다에서는 '공중화장실'에 washroom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다만 영국에서는 restroom과 함께 toilet 혹은 lavatory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lavatory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본래 toilet이라는 영어는 프랑스어 toilette에서 유래한 말로서 '화장'이나 '몸치장'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장실'이라는 용어(이 말은 일본에서 만든 '화제한어'(和製漢語)이다)는 이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W.C. 역시 일본식 영어
한편 화장실을 의미하는 또 하나의 표지판은 바로 W.C.이다. 이 W.C.는 water closet이라는 두 단어의 앞 글자로 만든 용어다.
closet은 '옷을 걸어놓는 곳'을 의미하며, 훗날 수세식 화장실이 생겼을 때 앞에 water를 붙여 water closet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W.C.라는 말은 현재 영미권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통용될 수 있다.
toilet(トイレ)이나 W.C. 모두 일본식 영어다. 일본식 영어는 이렇게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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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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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ilet은 '화장실'이 아니라 '변기'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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