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의 어머니 이영문 씨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허영주 제공
-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검사를 담당한 검사원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표님은 사법부가 안전불감증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과 같다고 주장하셨는데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검사원이 스텔라데이지호를 검사했던 시기가 2016년 8월이고 침몰한 건 2017년 3월 31일이죠. 그럼 한국선급의 검사원이 검사하고 나서 반년 정도 후에 선박이 침몰한 거거든요. 도대체 선박 검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상황까지도 발생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거죠. 그럼 당연히 검사가 제대로 되었던 것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요.
한국선급은 선박에 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검사를 담당하는 기관일 텐데, 선박검사 할 때 선박 침몰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선박이 침몰했다는 말밖에 안 되는 거거든요. 근데 법원에서 무죄선고가 났다는 건 결국 사법부가 안전불감증에 대해서 면죄부를 준 것이나 똑같다란 생각을 하는 거죠."
- 검사 뒤 침몰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있었어요. 이 때문에 선박 검사가 침몰에 무조건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없지 않느냐란 시각도 있어요.
"침몰 반년 전에 검사한 것이 연차 검사예요. 만약 연차검사가 1년 만에 한 번씩 하는 거라고 한다면 향후 1년 동안은 사고가 나지 않아야 되는 거죠. 한국선급이 연차 검사에서 다음 연차검사 때까지 운항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승인을 해 준 거잖아요. 근데 한국선급이 검사한 이후에 반년 만에 침몰 됐다고요. 그럼 이건 검사한 내용 자체가 문제되는 것 아니냐는 거죠."
- 다른 요소, 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수로 사고 일어났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지금 이 배가 선장의 어떤 운항 실수로 인해서 침몰된 것이라고 한다면 선장의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 배가 선원들의 문제로 인해서 침몰됐다는 내용은 전혀 확인된 게 없어요. 침몰 원인 자체가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 침몰 원인을 찾아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저희가 계속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 한국선급 검사원이 무죄선고를 받은 것도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과학적이고 명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무죄선고가 반증하는 것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어요."
침몰 원인, 지금도 제대로 밝힐 수 있다
- 지금까지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침몰 원인을 찾으려면 정확한 증거가 확인돼야 하죠. 그런데 가해자인 선사가 침몰 원인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증거자료를 과연 성실하게 해경이나 검찰쪽에 제출했을 지 의문이고요. 또 저희가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차 심해수색을 실시했지만,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끝났어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국회에서도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2차 심해 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고요."
- 지금 2차 심해수색을 하면 어떤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보시나요.
"1980년도에 침몰되었던 영국의 화물선 더비셔호가 있었어요. 더비셔호의 경우도 정부가 처음부터 심해수색을 해 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긴 시간 동안에 투쟁을 했고, 결국 20년 만에 심해수색을 했거든요. 침몰된 지 20년 만에 심해수색 했으니까, 심해수색한 시기가 1999년 정도였거든요. 더비셔호가 침몰된 깊이는 스텔라데이지호보다 더 깊어요. 스텔라데이지호는 심해 3500m 정도에 침몰되어 있는 게 확인됐고요. 더비셔호 경우에는 심해 4000m가 넘는 데에 침몰되었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더비셔호는 20년 만에 심해수색을 했음에도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밝혔습니다. 때문에 (스텔라이지호도) 2차 심해수색을 제대로 실시한다면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는 2차 심해수색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2017년도에는 정부가 심해수색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러다가 2018년도에는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53억이 통과돼서 2019년 1차 심해수색을 하게 된 거죠. 근데 정부는 2019년 심해수색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실패는 인정을 안 하고 '최선을 다했다'라고만 말했거든요. 근데 2020년도에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은 침몰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돼야 되지 않겠냐라는 입장으로 바뀌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문제는 기획재정부 입장이에요. 기재부는 작년에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민간인 희생엔 국가 예산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었어요. 물론 국가를 위해 희생했을 때 당연히 국가의 예우를 받아야 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로 실종된 선원 중 8명이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그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과 능력들을 최대한 발휘해서 열심히 근무하는 산업일꾼들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닌가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군인과 경찰들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고 보는 건 너무 편협적 사고방식이 아닌가요? 다행히 올해에는 외교부가 작년보다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 스텔라이지호 블랙박스는 어떻게 됐나요?
"1차 심해수색할 때 블랙박스를 회수했어요. 근데 문제는 1차 심해수색 선박에 블랙박스 전문가가 탑승하고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블랙박스 회수하고 관리하는 것이 주먹구구식으로 됐었고요. 결과적으로 영국의 전문기관에서 블랙박스를 개봉했을 때, 데이터 칩이 물리적으로 깨져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결국에는 블랙박스에 있는 데이터 중 복구된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블랙박스 본체가 하나 더 있다는 겁니다. 작년에 국회 공청회 할 때도 밝혔는데 블랙박스 본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조타실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하나 더 있는 블랙박스를 2차 심해수색 때 꼭 회수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심 선고 직후 대표님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자체는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선박안전법 위반으로 지난 5월 26일에 판결난 것이 또 하나 있어요.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가 6개월 징역을 받았고, 그 외의 피고인들 중엔 8개월 받은 사람도 있고 어쨌든 실형 선고를 받은 사람도 있어요. 그것과 이번에 한국선급 검사원에 대한 재판 둘 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로 실종된 이들을 형사재판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고 있지 않아요. 그 이유가 뭐냐면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침몰했고요. 이번 재판은 2016년도에 선박 검사를 했을 때 선박안전법을 위반한 내용에 대해서 진행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침몰에 대해서 기소가 된 건 아니에요."
- 왜 안 됐나요?
"저도 검찰이 왜 기소 안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들은 적은 없어요. 근데 증거가 충분했다면 진작 기소했어야 되지 않나 해요. 어쨌든 배가 침몰된 결과가 있고 이것은 선박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사고 중 하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소가 안 되었단 것은 검찰청에서도 명확한 증거가 부족해서 그런(기소하지 않은)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해야 될 일이 더 명확해지는 거죠. 재난이 발생했는데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지나가게 되면 다음에 또 이런 종류의 재난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거잖아요."
-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판결 이후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선급은 해양수산부가 선박 검사 대행을 맡긴 유일한 기관"이라며 "국가기관에 준해 검사하는 기관인데 무죄가 나온 경위가 의문스럽다"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선박 검사는 원래 해양수산부가 담당이에요. 근데 해양수산부가 한국선급과 선박 검사 대행 약정을 맺더라고요. 한국선급이 해양수산부가 해야 할 선박 검사업무를 대행하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선급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사단법인이긴 한데 일반적인 사기업체라고 볼 순 없는 거죠. 왜냐면 해양수산부가 선박 검사를 하는 대행 기관으로 한국선급을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기관에 준해서 선박 검사를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하겠다는 자세로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무죄가 나왔으니... 한국선급이 과연 선박 검사를 대행할 만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관인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에요."
"시간이 흐른다는 게 가장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