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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있는 사람도 '개인회생' 하는 방법이 있다

[김광민 변호사의 개인회생 이야기] 주택담보대출채권 연계형 개인회생절차

등록 2021.12.09 17:02수정 2021.12.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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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서울회생법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서울회생법원연합뉴스

은정(가명)씨는 28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집을 샀다. 조그마한 빌라지만 그래도 주소지는 서울이다. 하지만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는 20대 청년 은정씨는 빚 독촉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은정씨는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과외, 편의점, 주유소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은정씨는 유독 돈에 집착했다. 투자 동아리에 가입해서 틈틈이 주식 공부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직접 투자도 했고 수익도 올렸다.

중학교 때부터 서른이 되기 전에 집을 사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만인 27살이 되던 해 집을 장만했다. 18평 빌라에 방을 세 개나 들여놓다 보니 주방과 거실은 구분이 되지 않았고 안방만 쓸만했지 나머지 방 두 개는 고시원 수준이었다. 그래도 내 명의로 된 집에 발은 디딘 그 순간 평생 잊지 못할 희열을 느꼈다.

며칠 후 자신의 이름이 소유주로 기재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고 은정씨는 좁은 주방 한 편에서 치킨에 맥주를 마셨다. 유주택자로서의 자축이었다. 치킨 한 마리를 혼자 시켜 먹는 것이 언제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동안 집을 사기 위해 치킨 한 마리 먹을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

인생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집을 사고 나서부터 은정씨의 씀씀이가 커졌다. 그렇다고 명품을 사거나 고급 음식점을 다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의 짠돌이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다. 내 집이라는 생각에 가구도 몇 개 사고 소소한 인테리어도 했다.

하지만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대출금 이자와 늘어난 소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이어졌다. 순식간에 불어난 카드대금을 보고 은정씨는 덜컥 겁이 났다. 아껴야지 싶었지만 한번 늘어난 씀씀이를 다시 줄이기는 쉽지 않았다. 별로 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카드대금은 수백만 원이 넘어가고는 했다.

2021년 초부터 서울회생법원에서 시범 운영


얼마 지나지 않아 은정씨는 신용대출까지 받게 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이율이 2%였기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지만, 신용대출 이자는 엄청났다. 카드대금과 신용대출금을 합쳐 빚이 5천만 원이 넘어가자 공포감이 몰려왔다. "이러다 집을 날리겠다." 

집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예전의 은정씨로 돌아갔다. 문득 등기부등본을 발급받고 혼자 시켜먹었던 치킨이 생각났다.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다시 아껴 쓰는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껴도 신용대출과 카드대금의 이자를 갚기에도 빠듯했다.


은정씨는 결국 개인회생을 알아봤다. 자신처럼 빚은 많고 수입은 적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정씨는 개인회생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집이 문제였다. 서울 변두리 조그마한 빌라였지만, 그래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려면 빚이 재산보다 많아야 했지만, 집값을 포함시키면 은정씨는 재산이 빚보다 훨씬 많았다. 집을 팔아 빚을 갚으면 되는 상태였다. 개인회생의 핵심 요건인 채무초과 상태에서부터 자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은정씨는 도저히 집을 처분할 수 없었다. 평생 꿈꿔왔던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겨우겨우 이자만 갚아가는 삶을 1년 가까이 이어갔다. 하지만 도저히 이렇게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은정씨는 "전문가를 찾아가면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변호사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주택담보대출채권 연계형 개인회생절차'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에서 2021년 초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라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도 신청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신용회복과 개인회생을 조합시킨 법원

개인의 채무조정의 한 종류로 신용회복이 있다. 법원이 주관하고 채무를 강제로 면책시키는 개인회생과 달리 신용회복위원회라는 민간단체에 가입된 금융사 채무를 대상으로 이자만 면책시켜주고 최대 10년까지 분할상환이 가능한 제도다. 원금은 면책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회생에 비해 면책 범위는 적지만 최대 10년이라는 장기상환기간으로 재산이 많아 월 변제액이 큰 이들이 주로 신용회복을 선택하고는 한다.

은정씨는 집은 지키면서도 채무는 조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회생에서 주택담보대출은 별제권으로 분류되어 조정되지 않았다. 별제권이라는 것은 이미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어 채무 전액을 변제받을 수 있는 금융기관은 굳이 개인회생 채권단에 들어가 면책된 금액을 다달이 변제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개인회생 절차와 상관없이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해 대출을 회수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되면 수입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다달이 갚아나가면서 추가로 주택담보대출 월리금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은정씨의 주택담보대출은 적지 않았다. 대출 이자를 갚으면서 개인회생 변제금까지 갚아나갈 방법이 없었다. 꼼짝없이 평생 꿈이었던 집을 처분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 연계형 개인회생절차'는 은정씨와 같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신청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우선 사건을 신용회복위원회로 보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신용회복을 진행한 후 나머지 무담보 채권에 대해서만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3~5년인 개인회생 기간 동안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갚고, 개인회생이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 원리금을 갚아나가면 된다. 물론 그만큼 빚을 갚아나가는 기간은 길어지지만 집은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된다.

누군가에게 집은 투자의 대상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평생 이루고자 하는 간절함일 수도 있다. 집 한 채 가지는 것을 평생 꿈으로 꾸는 이를 수전노라 욕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자고 일어나면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점점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 내 집 하나 가져보겠다는 절박한 꿈은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집 한 채 있는 빚쟁이들의 집에 대한 절박함을 이해한 서울회생법원의 '주택담보대출채권 연계형 개인회생절차'는 법을 만드는 이에게도 따듯한 가슴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상징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변호사입니다.
#개인회생 #신용회복 #부채 #주택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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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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