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며칠 앞두고 딸아이는 마음도, 몸도 급해 보였다. 학원을 다녀와서 방에 들어가면 좀처럼 방을 나오는 일이 없었다.
최은경
이틀을 늦게 잠을 잔 딸의 눈 밑은 어느새 검게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고,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딸아이가 안쓰러운 건 아내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아내는 딸에게 휴식을 권했다.
"지수야, 오늘은 좀 일찍 자. 이제 시험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컨디션 조절해야지."
"할 게 많아서 안돼요. 시험 끝날 때까지만 지금처럼 할게요."
공부를 하겠다는 자식을 말릴 수가 없어서 우리 부부는 침실로 왔지만 잠을 설쳤다. 출근을 하고 퇴근 무렵 아내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딸아이가 열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딸아이의 발열과 몸살처럼 몸이 아프다는 소식에 며칠간 무리한 게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픈 딸아이가 너무 걱정스러웠지만 당장 더 큰 걱정은 코로나 의심증상으로 당장 다음 날 등교가 어려워졌고, 기말고사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이미 오후 여섯 시에 임박했고, 아이가 늘어져 잔다는 말에 우선 아내에게 잠을 좀 자게 두라고 하고 퇴근을 서둘렀다. 집에 갔더니 여전히 딸은 잠을 자고 있었고, 아내는 학교와 연락한 결과를 내게 알려줬다.
발열이 있거나, 다른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으면 기말고사를 치를 수 없고, 코로나 음성 결과지가 있더라도 발열 증상이 있으면 학교에 등교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 방침은 명확했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이틀이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코로나 검사를 받고, 모레 결과가 음성이라고 하더라도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감기 증상이 있으면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었다.
시험이야 둘째치고 우선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기에 집에 있는 진단키트로 선행검사를 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이 나와서 죽을 먹이고 일찍 재우는 게 최선이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딸아이와 함께 선별 진료소에 방문해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고, 검사 다음 날 '음성'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열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는 갈 수가 없었다. 며칠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딸은 기말고사를 볼 수 없었다.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말에 딸은 무척 실망한 눈치였지만, 정작 시험기간이 지나고 학교를 갈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자 언제 그런 마음이었냐는 듯 예전과 똑같은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다.
시험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딸아이는 예전과 같은 모습이다.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안타까워 해야 할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프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싶다.
연일 칠천 명이 넘는 숫자를 갱신하며 코로나가 보편화, 일상화되어 가는 요즘 살아가는 생활 요소요소에 예전과 다른 기준이나 규칙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기준과 규정, 규칙들로 인해 많은 불편함이나 불안감은 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의 세대들이 이 불편함을 잘 견뎌내고 이겨내는 게 대견스러워 보일 때가 많다. 우리 아이들만 봐도 코로나 사태가 심해진 2년여 동안 학교에서 하는 수학여행, 졸업식, 수련회 등은 생각할 수도 없는 호사가 되어 버렸다. 당장 큰 아이의 졸업식부터 대학 입학 후 아이가 누려야 할 많은 생활들이 걱정이다. 늘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학교생활을 잘 이어나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코로나로 많은 걸 포기하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