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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껍질인데... 자꾸 손이 가는 고급진 맛

달콤 쌉싸름한 오렌지 껍질 초콜릿, 연말 선물용으로 어떨까요?

등록 2022.01.02 17:04수정 2022.01.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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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무설탕 주의자인데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설탕 들어간 것들을 만들게 된다. 전에 올린 전통 크리스마스 푸딩(관련기사: 불 붙여 먹는 플럼 푸딩, 이렇게 만듭니다 http://omn.kr/1w59r)도 그랬고, 남편이 연말에 만드는 너트 간식도 그랬고... 이렇게 전통 레시피들은 설탕을 대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은 그냥 눈 딱 감고 타협하는 걸로.
 

오렌지껍질 초콜릿 ⓒ 김정아

 
왜 이걸 굳이 만들고 싶었느냐 하면, 


1. 딸이 예전에 어디서 먹어봤는데 무시무시하게 비싸고 맛있다고 했다. 방학을 맞아 딸이 오는 날이 코앞에 닥쳤으니 해서 먹여주고 싶었다.

2. 지난번 크리스마스 푸딩 만들 때 재료로 구입한 오렌지 껍질을 먹어봤는데, 설탕 범벅이었지만, 그 오렌지 향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죄책감을 덜 수 있도록 집의 재료로 좀 덜 달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3. 캐나다 동부에 사시는 시누님께 보내는 꾸러미에 넣으면 예쁠 거 같아서 겸사겸사 내친김에 시작!

그래서 오렌지를 사 왔다. 이렇게 껍질을 먹는 오렌지나 레몬 같은 것들은 유기농으로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겉에 묻은 농약이나 왁스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일반 오렌지라면, 베이킹파우더를 듬뿍 뿌려서 벅벅 문질러 씻어주고, 뜨거운 물로 한 번 더 씻어주면 좋다.  
 

오렌지 껍질을 까서 다시 길게 잘라준다. ⓒ 김정아

 
오렌지는 6등분의 칼금을 낸 후 벗겨내고, 그것을 다시 세로로 5등분 정도로 자르면 적당하다. 속껍질은 벗겨낼 필요 없다. 그 부분이 좀 있어야 씹을 때 촉촉 폭신해서 좋다. 이렇게 하면 오렌지 1개당 30개의 오렌지 껍질 간식이 나온다. 선물용으로 한다면, 오렌지 2개로 3인용 선물은 될 거 같다.

이것들을 냄비에 담고, 딱 잠길만큼만 물을 부어 끓여준다. 5분 정도 끓이고 물은 쏟아버린다. 이렇게 두세 번 정도 반복하면, 속껍질의 텁텁한 맛을 많이 뺄 수 있다. 끓이면 물이 노랗게 되어서 아깝다 싶지만, 향긋한 맛이 그렇게 쉽게 빠지지는 않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 냄비에 물과 설탕을 넣어서 시럽을 만든다. 물과 설탕의 비율은 기본적으로 설탕:물이 1:1이다. 약간 윤기가 흐르는 예쁜 상태를 원하면 그렇게 하고, 좀 덜 달게 하고 싶다면 설탕을 반 정도로 줄여도 괜찮다.

이때, 오렌지의 맛이 더 강하게 나게 하고 싶다면, 껍질을 까고 남은 오렌지로 즙을 내서 물과 섞어서 넣으면 좋다. 액체를 냄비에 넣고, 그 위에 설탕을 뿌린 후, 중간 불로 녹여준다. 다 녹고 나면 거기에 오렌지 껍질을 던져 넣고 저어준다. 물의 양은 오렌지 껍질이 간신히 잠길 정도면 된다.

불을 중약불로 해서, 넘치지 않게 뚜껑을 덮고 졸여준다. 상태를 봐 가면서 끓이고, 가끔 한 번씩 저으며 상태를 보면 좋다. 시럽이 졸아들어 윤기가 날 때쯤이면 된다. 대략 40분~1시간 정도 끓이면 적당하다.
 

설탕물에 오렌지가 간신히 잠길만큼 준비하여 한시간 졸여준다 ⓒ 김정아

 

잘박하게 졸아들고 윤기가 살짝 돌면 준비가 된 것이다 ⓒ 김정아

 
이제는 건져서 식힐 차례. 하나씩 건져서 식힘망에 얹어줬다. 이대로 어느 정도 말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건조기에 넣어서 바싹 말려버리면 딱딱하고 질겨서 못 먹는다. 실온에서 말린다면 반나절 정도면 적당하다. 밤에 만들어놓았다면, 다음날 아침에 마저 작업하면 된다. 약간 쫄깃하면서 질기지 않으면 된다. 사실 이 상태에서 그대로 먹어도 된다. 하지만 초콜릿을 입히면 열 배 이상 맛있어진다. 
 

서로 겹치지 않게 잘 펼쳐서 완전히 식힌다 ⓒ 김정아

 
이제 초콜릿을 녹여준다. 오렌지 껍질이 이미 달기 때문에, 초콜릿은 70% ~ 100%의 다크 초콜릿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리 작은 사이즈로 잘라줘야 골고루 빨리 녹는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경우, 한꺼번에 1분씩 돌리지 말고, 30초 정도 돌리고 꺼내서 섞어주고, 다시 30초... 이런 식으로 반복한다. 안 그러면 쉽게 타버리고, 쓴 맛이 난다.

예쁘게 하려면, 손가락으로 잡아서 하나씩 초콜릿을 입혀준다. 그러면 오렌지색이 갈색 초콜릿과 만나서 투톤이 되면서 눈의 즐거움을 상승시킨다. 초콜릿을 입힌 오렌지 껍질은 유산지 위에 나란히 늘어놓고 말린다. 식힘망 같은 곳에 올려놓으면 다 달라붙는다. 반드시 유산지를 사용하여야 나중에 깨끗이 떨어진다. 
 

녹인 초콜릿을 묻힌 후, 유산지에 펼쳐 말린다. 남은 시럽이 아까워서 집에 있는 레몬과 라임을 잘라서 졸인 후 함께 작업하였지만, 껍질만 사용한 것이 더 맛있었다 ⓒ 김정아

 
예쁜 투톤 색감을 포기하면 좀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 오렌지껍질 여러 개를 한꺼번에 초콜릿에 집어던져 넣고 젓가락으로 건져서 놓으면 된다. 빨리 굳힌다고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 실온에서 굳히는 것이 더 좋다. 빨리 굳히면 손으로 만졌을 때 더 빨리 녹기 때문이다. 급하게 생긴 결정의 입자가 커서 그렇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온에서 완전히 굳히기를 추천한다.
 

녹인 초콜릿에 던져 넣고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서 유산지에서 굳히면 쉽다. ⓒ 김정아

 
완성 후에는 밀봉해서 냉장 보관하면 한 달은 너끈히 먹을 수 있다. 선물할 때에는 투명한 비닐에 넣고 리본으로 묶으면 예쁘다. 아니면 작은 상자에 담아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 한 없이 집어먹게 되는 고급진 맛의 간식이다. 

서부 시누님댁으로 보냈더니, 이거 원래 좋아하는데 어떻게 알고 보냈느냐는 반응이 왔고, 엊그제 도착한 딸은, 역시 엄마표가 최고라며, 냉장고에서 들락날락 하나씩 꺼내먹는다. 물론, 남편도 좋아하고, 단 거 안 즐기는 나도 자꾸 손이 가니 큰일이다! 연말에는 역시 허리 둘레가 늘 수밖에 없는 듯하다.

<< 오렌지 껍질 초콜릿 >>

재료: 오렌지 5개, 오렌지 즙 1컵, 물 1컵, 설탕 2컵, 70% 이상 다크초콜릿 300g

1. 오렌지 껍질을 벗긴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2. 냄비에 넣고, 찬물을 잘박하게 담은 후 5분 정도 팔팔 끓여준다. 
3. 체에 받혀내고, 다시 물 부어 끓여서 버리기를 2~3회 반복한다.
4. 체에 걸러주고, 물이 빠지는 동안 오렌지 즙을 짠다.
5. 오렌지 즙 1컵과 물 1컵을 섞어주고, 설탕을 넣어 불을 켠다.
6. 설탕이 다 녹으면 오렌지 껍질을 쏟아 넣고, 고루 묻게 저어준 후 졸여준다.
7. 40분~1시간 정도 졸이고 나서 건져낸다.
8. 식힘망에 낱낱이 떼어서 올리고, 완전히 식도록 기다린다.
   실온에서 2시간~반나절 정도면 적당하다
9. 겉면의 설탕이 어느 정도 굳으면, 초콜릿을 준비한다.
10. 초콜릿은 잘게 썰어서 중탕이나 전자레인지로 녹여준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에는 한 번에 많이 돌리지 말고, 30초씩 돌리고 저어주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쉽게 타버린다.
11. 쟁반에 유산지를 깔고 하나씩 집어서 초콜릿에 적신 후 건져 놓는다.
12. 완전히 마르면 밀봉하여 보관한다. 대략 150개 분량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오렌지껍질초콜릿 #오렌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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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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