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기분을 내주는 에그넉(Eggnog)
김정아
남편은 즉시 에그넉을 만들어줬고, 맛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사실 날달걀을 섞은 술이라니,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해에 그렇게 맛을 보고 나자 그다음 해에도 또 먹고 싶어졌다. 기억은 다시 가물가물했지만, 무척 맛있었고 달았던 기억이 났다.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나를 위해 만든다면 설탕 양을 줄여달라고 부탁을 했고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먹은 에그넉은 정말 최고로 맛있었다. 고급스러움이 입안에 확 퍼지는 맛이었다. 우유곽에 담아서 파는 그것을 이것과 똑같은 에그넉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가 한참 지나고 새해가 시작된 지도 한참 지났지만,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그 에그넉을 다시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다.
"에그넉은 크리스마스에만 먹어야 해?"
남편은 껄껄 웃었다. "원래 보통 그러기는 하지만, 뭐, 먹고 싶으면 먹는 거지!" 그래서 느닷없이 1월의 어느 날 우리는 다시 에그넉을 만들었다. 아니, 우리가 아니고, 남편이...
나는 그동안 에그넉의 유래에 대해서 찾아봤다.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내 마음에 제일 그럴듯하게 와닿는 것은 이것이었다.
이것은 영국 귀족들이, 겨울철 따뜻한 우유에, 육두구(nutmeg)나 계피 같은 고가의 향신료를 넣은 후, 상하지 말라고 값비싼 브랜디나 셰리주를 넣어서 마신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미국과 캐나다로 건너오면서 브랜디 대신 럼주를 넣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버본(bourbon)을 사용한다. 럼과 버본을 섞어서도 사용해봤지만 버본만 넣은 것이 더 입맛에 잘 맞았다. 향신료로 우리가 넣은 것은, 한때는 금보다 귀했다던 육두구, 즉, 통 넛맥이다. 직접 갈아서 넣음으로 인해 향기를 극대화한다. 달콤하고 고급진 향이 난다.
즉, 고급스러운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무 날에나 먹지 않고, 명절에 마시는 음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