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16일 방송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이명수 기자와 통화하며 발언한 내용.
MBC
김건희씨는 기자에게 자신을 '누나'라 부르라고 했다죠? 윤 후보 측은 초기 자신을 '석열이형'이라 칭하며 2030남성을 향한 구애를 드러냈고요. 그러나 '건희누나'와 '석열이형'은, 아마 이 책은 평생 집어들지도 펼쳐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 <김지은입니다>(2020년, 봄알람) 말이에요. 김지은씨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왜 네 번이냐 당했냐고요. 제가 피고인(안희정)에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지 않겠다'더니 왜 폭력까지 써가며 한 번 더, 거절의사를 표해도 제압하면서, 왜 네 번이나 그랬냐고 묻고 싶습니다. 제게는 네 번이 아니라 한 번 한 번 다 다르게 갑자기 당한 성폭행이었습니다." (347쪽,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발언 중)
"세 분 판사님. 안희정에게 물으셨습니까? 왜 미안하다면서도 그렇게 여러 차례 농락했느냐 물어보셨습니까?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느냐고 물으셨습니까? 왜 검찰 출두 직후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했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제게는 물으시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십니까? 왜 제 답변은 듣지 않으시고, 답하지 않는 가해자 말은 귀담아 들으십니까?" (357쪽,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집회 발언 중)
김건희씨 자신도 여성혐오적 손가락질에 시달렸던 사람인데, 그런 그조차 가해남성에 자신을 이입하고 다른 여성을 비난하는 게 역설적이라고 느껴져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해명이 진심이라면, 김건희씨가 지금이라도 이 책을 펼쳐 피해자의 고통도 상상해보길 권합니다. "처음 미투 뒤 밥을 먹지 못해 30kg 후반까지 살이 빠졌고, 먹는 족족 토했다(326쪽)"는 심정을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안희정은 예정대로면 오는 8월 출소하게 됩니다. 대선도 다 끝나 있을 그때, 그 여름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추궁하는 사회, 김지은씨가 지금보다 조금은 숨 쉬기 편한 세상이길 기대해봅니다.
▲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검사와 일본의 성폭력을 공개 폭로한 이토시오리 기자가 만났습니다. "피해자들에겐 해줄 말이 없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의 용기 없이도 범죄자들이 처벌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서 검사의 말을 함께 듣고 싶어요(
영상 보기).
2022년 1월 19일
'김지은들'에게 진한 연대를 보내며, 성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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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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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는 모른다, 미투 뒤 피해자가 겪은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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