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사진
김명신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간호학도 손채은님을 만났다. 한 사람의 일생을 돌보고 도움을 줄 수 있기에 간호사의 길을 택했다.
"전공은 간호학이지만 '사회'를 공부하는 거 같아요."
대학 진학 후에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에 머물지 않고 "보건"이라는 큰 분야를 보고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뻗은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 그만큼 소중한 일이 있을까 싶다는 채은님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 대학입학 직후에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기대했던 대학생활이 어려웠을 거 같아요. 어땠나요?
"아무래도 코로나가 너무 팬데믹한 상황이다 보니 대학생활을 포함해서 모든 생활에 지장을 받았어요. 시간이 있어도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죠. 아직 저는 학생이니까 돈 문제를 크게 겪고 있지 않지만 어른들은 생활을 유지하려면 돈이 중요한데 참 어려울 거 같아요. 특히 소상공인분들이 힘들어는 걸 보니까 걱정이 되고요.
또 하나는 미래가 상상이 안 가요. 지금 20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웃음). 우리 세대부터는 돈을 벌기 힘들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요. 기존 세대는 일정한 루트를 따르면 보장된 미래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는 아니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 대학생으로 살아가면서 사회적,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나요?
"목소리를 더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시절에 모의UN, 모의정부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요. 우리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프로그램(모의UN)은 만들어놓고, 우리가 결과물을 만들어놓으면 듣지 않아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정치인들이 나이도 있고 연륜도 있어서 고정화된 생각이 우리보다 뛰어날 수 있지만 창의적인 생각은 젊은 층에서 나오잖아요. 100퍼센트는 아니라도 참고는 할 수 있지 않나요?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청년으로서 한국 사회를 정의하자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에요. 여기서 '그들'은 세력을 쥐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의미해요.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뉴스들도 결국 다 가진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끼리의 논쟁일 뿐인 거 같아요. 온통 어려운 단어와 이해하기 힘든 일 뿐이에요.
세력 중에서도 특히 정치인들만 떠올리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비리가 있겠지' 싶어요. 학창시절에 반장을 생각해보면 반의 일원이면서 이끌어 가는 사람이었어요. 반장은 반 친구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학급을 이끌어가요. 근데 지금 정치를 보면 뭔가 국민과 어울리는 게 아니라 독단적인 세력이라는 느낌이 들고, 우리의 삶과는 다른 영역에 속하는 무리 같아요. 우리를 관리하는 사람들 마냥. 축구단으로 치면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은 주장이어야 하는데 자꾸 감독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아요."
- 그사세를 마주했던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시,구에서 진행하는 주민자치 프로그램도 사실 기회만 주고 끝내잖아요. 입장권만 있고 이용을 못해요(웃음). 놀이공원 입장했는데 눈으로 보기만 해야 하는 꼴이죠.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는 사례도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계속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법은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야만 생긴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날 노인이 고독사를 하게 되면 고독사 관련 법이 만들어진다던가. 예방을 할 생각은 없는 걸까요? 안타까워요.
그리고 정치인은 왜 대부분 나이가 많고 남자인지. 여성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여성들의 절실한 요구도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거나 발전적으로 법안이 제정되기 힘든 거 같구요."
- 이번엔 한국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
"보물찾기가 아닌 약점찾기에요. 최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토론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이분들 중 한 사람이 장차 우리나라의 리더가 될 사람이구나'라는 기대감과 설렘보다는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까웠어요. 정당의 크기로 싸우는 것이 아닌 진짜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 대선 토론회를 보면서 많이 답답하셨나봐요. 표심을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요?
"좀 모호한데 진정성이에요(웃음). 공약만 번지르르하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양이 적어도 현실성이 있는 게 맞다고 봐요.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결하기 힘든 것부터 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분,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한테 가닿을 수 있는 거라던가. 그런 접근 가능성이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사람(인성)이 좋은 것과 정치를 잘 하는 건 다르잖아요. 어렵네요(웃음). 현실성 있는 정치, 사람들에게 와닿는 공약이 진정성이 있고, 진정성을 기준으로 표를 행사할 거에요."
- 스스로가 정치인이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청년들의 요구를 모으고 정책으로 만드는 위원회를 지역별로 만들고 싶어요. 세대별, 성별 구성원이 골고루 섞여 있는 위원회나 모의집단이 있으면 정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위원회 대표들을 불러서 간담회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면서요.
그리고 정치인임을 권력으로 삼아서 내 자식이나 가족에게 특권을 주는 건 절대 안 하고 싶어요. 출발선부터 다르게 만들어서는 안 돼요. 국민이 정치인에게 그 자리, 권력을 내어준 건, 특권을 누리고 너희끼리의 문화를 만들라고 한 게 아니라 우리 목소리를 듣고 정치 하라고 자리를 준 건데 왜 중요한 건 안 하고 '건덕지'에만 관심 있는지 (답답해요).
정치라는 게 참 어려워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하지만 정치는 최고의 옳은 결정은 없겠지만, 최적의 방안을 찾아서 가는 거니까. 어려운 건 맞는데, 자신 있다고 나왔으면(출마를 했으면) 누구든 잘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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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본 이번 대선 "보물찾기 아닌 약점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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