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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의 한을 남긴 대죄인 될것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 18] 인간 생명과 인권유린은 하느님과 인간들에 대하여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다

등록 2022.02.17 16:14수정 2022.02.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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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인혁당 사건 정보기관에 의해 조작된 1965년 인혁당 사건 재판 모습. ⓒ 이영천(역사관 촬영)

 
사제단이 당일(4월 9일) 발표한 〈인혁당 피고인들의 사형집행을 보고〉전문이다.

대법원에서 원심 그대로의 확정 판결이 있은 다음 날 8명의 인혁당 관계 인사가 사형집행된 사실은 우리들 성직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울부짖는 가족들을 볼 때 우리들 성직자들은 어떻게 위로해야 될지 그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가족들은 언제나 우리들 성직자들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많은 지성인들이 그들의 공개재판 호소에 서명한 바 있다. 그들의 소원이라는 것은 죄가 있으면 달게 받겠으니 제발 공개재판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혁당 사건은 담당 변호사 자신이 재판기록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어 있음을 확인했을 정도로 많은 의혹을 가졌던 사건이다. 그 의혹이 여전히 불식되지 않은 채 이들 8명에 대한 사형이 이와 같이 빨리 집행된 것에 대하여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뿐이시며 인간의 존엄성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생명과 인권유린은 하느님과 인간들에 대하여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다. 어느날 연행된 뒤 군법회의 재판정에서 한두 번 눈길만을 서로 주고받았던 가족들이 단 한번의 면회도 허락 안된 비인도적 처사로 지낸지 1년. 1년 만에 관에 누운 싸늘한 시체로 남편과 아들을 맞이해야 하는 그 비통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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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 ⓒ 박영숙

 
만일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결코 용서받을 길 없는 인권유린이다. 또한 가족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천추의 한을 남긴 대죄인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그들 가족들의 최소한의 요구, 즉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공개재판을 해 달라는 안타까운 소망이 묵살된 채 사형을 맞이한 사실에 대해 더욱 분노하며 애닯게 생각한다. 변호사가 확인한 재판기록의 변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혁당 사건은 파기, 환송되어야 했던 것이라 우리는 믿는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억울하고 억울하지 않은 것을 분명히 판단하실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인도주의와 신앙인의 견지에서 사형당한 인혁당 관계 인사들의 명복을 빌면서 그 가족들의 통분함을 삼가 위로하는 바이다. (주석 5)


주석
5> <암흑속의 횃불(1)>, 370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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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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