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실내에 보관중이던 고추나무에 꽈리고추가 열렸다.
김정아
그러나 집안에 들여놓은 이 녀석은 귀엽게 새싹이 돋아나며 활기를 슬슬 찾기 시작했다. 볕이 별로 들지 않는 이 지역 날씨에도 불구하고, 창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그 짧은 일조량을 이용하여 조롱조롱 꽃을 피웠다.
하지만 나는 이 꽃들이 열매를 맺는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겨울에 창가의 고추를 따먹겠다고 할 만큼 염치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예쁘게 피어 겨울에도 기쁨을 주니 관상용으로만도 너무나 훌륭한 역할을 한다며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양분 있는 흙을 들인 것도 아니었고, 벌 나비가 있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저 죽지 말고 얌전하게 버티다가 날씨가 따뜻할 때 밖에 심어주고 싶다는 의지로 조심스럽게 돌보았는데, 며칠 전 무심히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고추가 달린 것이다!
도대체 수정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턱이 없지만, 그렇게 매달린 꽈리고추는 조금씩 자라서 점점 길어지고 있다. 내 마음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역시나 자연이 가진 위대한 힘에 또다시 크게 탄복했다. 감히 따서 먹어볼 생각도 할 수 없는 소중한 이 열매는, 환경이 바뀌어도 여건만 되면 제 몫을 하겠다는 화초의 의견인 것 같았다.
이 고추가 밖으로 나가려면 아직도 최소한 두 달은 더 있어야 하는데, 남은 기간 잘 버텨서 다시금 풍부한 영양과 햇빛을 즐기며 전성기를 누려주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네 삶도 겨울을 잘 이겨내고 나서 새로운 활기를 찾아 제 2의 인생을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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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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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 고추는 다 죽었는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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