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생각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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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금요일이 제일 싫어요. 얼른 일요일 저녁이 됐으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우리 네 식구는 항상 아침을 함께 시작했다. 코로나가 심해진 이후에는 심하면 하루 종일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똑같던 우리 가족의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그건 바로 아내와 아들이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내는 아침 출근이라 7시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고, 아들은 파티룸에서 일해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유동적이지만 12시 전에는 보통은 출근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 식사를 가족 모두 함께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아니 오히려 제각각일 때가 더 많았다.
아내와 아들의 주말 출근으로 나의 주말, 휴일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늘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주말이었지만 이젠 딸아이와 주말 휴일을 함께하다 보니 내 시간은 많아진 느낌이다. 처음엔 내 시간이 많아졌으니 당연히 내가 평소에 즐겨하던 독서나 글쓰기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실행하진 않았다.
아내와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만 해도 주말 이른 아침을 분주하게 보낸 건 오직 나뿐이었다. 그땐 이른 아침시간만이 내게 주어진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이라는 생각에 습관처럼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한 주간 써놓은 메모와 글 소재를 생각하며 글을 쓰며, 짧은 메모에 뼈와 살을 붙이는 게 항상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이 출근을 하면서 오히려 아침 시간은 혼자 글을 쓰기에는 적합한 조건이 아니었다. 아니 최적의 시간이나 조건은 아들과 아내가 출근한 이후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시간이 주어지자 늘어난 건 게으름과 후회뿐이었다.
'아, 잠깐만 누웠다가 일어나야지', '넷플릭스 시리즈 두 편만 더 보고...'
이런 생활 패턴으로 주말, 휴일을 보내다 보니 당연한 얘기지만 주중에 브런치 글 발행은 평소보다 들쭉날쭉 혹은 글 한 편이 고작이었다. 그렇다고 나의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나 허기짐은 줄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캐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도 '쉼'이 필요했다. 주어진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게을러진 건 다시 큰 도약을 하기 위한 숨 고르기 정도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자기 최면을 건다.
'난 여전히 목마르다. 배고프다. 내게 글쓰기는 남은 생을 함께할 친구이자, 연인이자, 곧 나 자신이다. 잠시 데면데면해도 내가 날 부정하기는 어렵듯이 지금의 난 잠시 나의 글쓰기와 밀당 중이다.'
평소에는 시키지 않아도 잘하던 일인데, 주변에서 더 잘하라고 격려하고 자리 마련해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내 꼴이 딱 그 짝이 됐다. 생각해보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글쓰기를 하던 예전이 조금 더 계획적이었고, 그 시간만을 즐겼던 듯싶다. 남는 게 시간이라고 생각했더니 늘 글을 쓰던 시간이 무너졌나 보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다. 업무를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무언가 생각날 때 하던 스타일은 아니었던 나다. 시간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일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막상 한 일이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틈틈이', '짬 내서'의 의미가 더 값지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쉽더라도 오늘의 이 시간 또한 내게는 다시 오지 못하는 순간이라는 걸 알지만 조바심은 내지 않으려 한다. '의식의 흐름'이 아닌 '시간의 흐름'이 되어버린 요즘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당장은 오늘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시간과 의식의 흐름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지금보다 조금 더 값진 시간의 흐름을 잡을 것을 기대해본다.
오늘은 그래도 구구절절은 아니어도 이렇게 아침에 몇 줄을 써봤다. 내게 여러 강박증 증세가 있지만 주말 아침에 몇 줄을 써놓으면 이리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면 내 글쓰기에도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마감일을 앞둔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이 공간의 책임자인 자신과 많지는 않아도 관심을 갖고 내 글을 읽는 독자들과의 무거운 약속임을 잘 알기에 난 이렇게 특별한 주제 없이도 글을 써 내려간다.
아들에게 최근 마음의 병이 생겼다.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자주 온다는 '월요병'이 아들에게도 생겼다. 출근하는 주말이 되기 전, 금요일 저녁이면 찾아오는 '토요병'이 그것이다. 아들이 어떤 마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선택한 건진 모르겠지만, 주말 고된 일을 하며 일을 하지 않는 평소의 시간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게 된 아들이 요즘 날 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사랑'의 눈빛에 '존경'의 눈빛까지 담았다. 22년째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아빠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커진 듯싶다. 그렇게 아들은 또 한 뼘 더 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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