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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은 되고, 차별금지법은 안 된다? 핑계 대지 마십시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내는 성소수자의 편지] 차별금지법 제정, '나중'은 없습니다

등록 2022.04.23 12:02수정 2022.04.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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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의 후 15년이 지난 오늘날, 여전히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그 사이 차별과 혐오선동을 이용하거나 방치해 온 정치는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국회 앞 평등텐트촌 농성과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두 인권활동가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여러 핑계를 앞세워 평등을 미루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4월 제정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세력의 폭언을 제일 앞에서 맞아야만 하는 성소수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기 위해 4월 21일부터 30일까지 매일 한명씩 공개적으로 편지를 적어 보낸다.[기자말]
 이호림
이호림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중구성동구을 박성준 의원님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36살의 레즈비언 서울 시민인 이호림이라고 합니다. 13년을 만났고, 9년째 동거 중인 애인과 두 살 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박성준 의원님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법 안정되고 평화롭게 지냅니다. 저나 제 애인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우리의 관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사실만 빼면요. 일상의 공간에서 종종, 아니 꽤 자주 성소수자 혐오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만 빼면요.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정치적 표 계산 앞에 밀리고 밀려온 차별금지법이 여전히 제정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 빼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가진 친구, 동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제법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박홍근 원내대표님은 저희 엄마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님이 더불어민주당의 동료 국회의원분들과 함께 국회 앞 평등텐트촌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러 오셨을 때의 일입니다.

함께 오셨던 다른 의원분들께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격하게 항의를 하던 저희 엄마 옆을 지나치셨죠. 혹시 그 내용은 들으셨을까요? 크고 화난 목소리였지만 사실 그 내용은 대단한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의원님, 제가 남자와 결혼을 해서 저기 있는 저 애를 낳았습니다. 저기 있는 저 애가 제 딸입니다. 그런데, 왜 저 애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가 누리는 시민권을 못 누리고 삽니까? 제 딸이 이 사회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세금 내고 하지 않은 의무가 뭐가 있습니까? 다 하고 삽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그 다수로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왜 차별금지법 하나 못 만듭니까?"


당연한 법이, 왜 아직도 국회 문턱을 못 넘습니까 
 
 4월 21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
4월 21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가족, 친구, 동료 시민들의 요구는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가장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입니다. 이 사회에서 누구도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법을 통해 확인하고, 무엇이 차별인지, 국가는 차별을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법적으로 명시하자는 것입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직장이나 직업을 잃거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 당하거나, 공공시설의 이용을 거부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런 경험을 마주했을 때, 그것이 부당한 차별이라고 인식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적인 안전망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 대단치 않은 내용을 담은 법이, 심지어 민주당 정권에서 논의가 시작된 이 법이 15년을 넘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엄마의 물음을 딸인 저도 반복해야겠습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왜 차별금지법 하나 못 만들고 있습니까? 15년간 나중으로 밀려온 차별금지법 제정의 때는 대체 언제 오는 것입니까? '검수완박'에는 빛의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은 왜 차별금지법 앞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모두 지켜 보았습니다.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에도, 당 내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추진되는 과정을요. 그러니까 더이상 국민의힘의 반대도, 당 내의 우려도, 지방선거도 더불어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금 당장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로 내세우지 마십시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의지만 있다면 차별금지법 제정도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난 15년 동안 나중의 나중으로 밀려온 차별금지법 제정은 다른 누구도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의지 부족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지난 이주 동안 '검수완박'과 차별금지법이 다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홍근, 윤호중, 박광온, 박성준 의원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모든 의원님들, 더는 나중을 말하지 마십시요. 더 이상 남은 유예의 핑계도 없습니다. 적어도 차별금지법은 만들어 놓고 새 정권을 맞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은 4월, 의원님들의 결단을 지켜보겠습니다. 

2022.4.23. 이호림 드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단식 및 텐트농성 투쟁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단식 및 텐트농성 투쟁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희훈
덧붙이는 글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요구하며, 매일 성소수자들이 공개 편지를 보냅니다.
#차별금지법 #평등법 #성소수자
댓글13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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