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서울 은평구 박주민 의원님과 민주당 국회의원 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37세 박한희입니다. 4년째 박주민 의원님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이고, 트랜스젠더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자주 국회 앞 평등텐트촌에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이 들기 전 밤늦게 국회를 둘러보면, 그리고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다 보면 국회에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대한민국의 입법부이자 민의를 대변하는 국가기관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차별하지 말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하자는, 이 당연한 법 제정 하나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15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되고 현재까지 흐른 시간입니다. 강산이 한번 하고도 절반은 바뀌었을 이 시간은 저 한 사람에게도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07년 겨울 차별금지법이 입법예고되었을 당시 저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성별위화감을 겪고 있으면서도 트랜지션은커녕 누군가에게 커밍아웃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렇게 한평생 진정한 나로 살지 못하겠구나 하며 체념하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15년이 지나는 사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조금씩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언론을 통해 '첫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물어보면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라며 웃고 넘길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조금씩 상처는 받지만요.
누군가는 이러한 변화를 저의 용기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5년 동안 사회적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 가운데 단지 제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다른 이들에 비해 좋았고, 그것이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고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을 뿐입니다.
시민들은 15년 동안 꾸준히 변해왔다... 평등과 인권을 지지하는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