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시인의 시집
창비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를 읽으며, 맨 처음 눈에 들어왔던 단어는 '말'이었습니다. 말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때로 사랑을 전하고 감동을 전해 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말을 생각할 때,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에서 화자는 '생각 좀 하고 말해!'라고 얘기하는데, 이 말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문장입니다.
생각하고 말하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말의 문제가 오로지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만의 전유물입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오래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문제고, 생각을 많이 해도 문제라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까? 말하지 않으면 말 때문에 발생하는 분쟁은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분쟁이 말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은 '인간의 표현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만약 인간의 모든 표현의 방식을 제거할 수 있다면, 분쟁은 사라지는 것입니까. 그런데요, 인간의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표현하지 않기'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멸종'을 택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불편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라는 문장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시인의 말'로도 이어집니다. '부족공동체의 유일한 생존자처럼 누구와도 말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 곧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곧잘 한다. 어떤 대화도 혼잣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요.
생각이 많으면 말도 많아지고, 타자와의 대화도 많아져야 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은 누구와도 말을 나눌 수 없고 '혼잣말'이 되어간다고 얘기합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시인이 '말(言) 대신 시(詩) 쓰기'를 택한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시인이 많은 까닭, '너무 불편한 것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다만, 저 불편한 것들 때문에 시인이 계속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다행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신철규 시인은...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등이 있습니다. 2019년 제 37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지은이),
문학동네, 2017
심장보다 높이
신철규 (지은이),
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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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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