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강원 고성 봉포항 인근 해상에서 혼획된 청상아리 한 마리를 해경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전 6시경, 거대한 물체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몸길이 3.2미터, 둘레 약 2미터의 '청상아리'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공격성이 강한 상어 말이다. 상어가 잡힌 곳은 미국이나 호주가 아닌 강원도 고성군 봉포항 동방 약 2.8km 인근, 즉 동해안 연안이었다.
흔히 거대 식인 상어를 '죠스'라 부른다. 엄밀히 말해 영화 <죠스>의 주인공은 '백상아리'이고, 이번에 잡힌 '청상아리'는 영화 <딥 인 더 씨>의 주인공이랄까, 백상아리보다는 다소 작지만 청상아리의 최대 길이는 4미터에 달한다. 순간 속력이 시속 100km를 넘어갈 정도로 빨라 '바다의 치타'라고 불린다. 공격성이 강해 과학자들은 먹이 사슬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정점 포식자'라고 부른다.
문제는 상어가 잡힌 시점이다.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상아리가 동해까지 올라오기에 4월 말은 조금 이른 시점 아닐까? 백상아리나 청상아리 출현 뉴스는 이르면 5월 말, 대부분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동해안에서는 지난해 6월 6일 속초 장사항 인근 해역에서 청상아리가 잡힌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4월이다. 우리 바닷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대표적인 국내 상어 전문가인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30년 만에 국내 상어 36종에서 50종으로
- 수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고 보는가?
"관련 있다고 본다. 약 30년 전부터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류에서의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제주에 서식하는 '거북 복'이라는 것을 속초에 채집 갔을 때 어민 중 한 분이 50년 어부 생활 중에 처음 보는 물고기라며 보여 주셨다. 제주에 있던 게 속초까지 올라온 거다. 그게 벌써 30년 전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인해 따뜻한 바다의 물고기들이 올라오는데 갈수록 그게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은 필리핀이나 그 밑의 오스트레일리아 등 열대와 아열대에 서식하는 상어 종류들이 자꾸 나타나고 있다.
내가 30년 전에 상어 연구 처음 시작할 때 우리나라 상어 종류가 36종이라고 했는데, 지금 아열대 서식종들이 자꾸 해마다 늘어나니까 지금은 50종이 됐다. 종의 숫자도 늘어났지만 개체수도 많이 늘어나고. 이런 일들이 당연히 기후변화 수온 상승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 기사만 봐도 빨라야 5월 말 출현이었는데 지금 4월 말이다.
"맞다. 그게 이번에 주목할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청상아리가 잡힌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은 아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전 연안에 많이 나오는 상어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게 4월 달에 나왔다는 거, 그리고 3미터가 넘는 큰 개체가 나왔다는 거, 이런 것들이 주목할 사안이다.
청상아리가 다 자라면 길이 4미터가량까지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보통 큰 것이 2.5미터 정도였다. 3미터 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고 그러니까 4월에 잡힌 점과 3미터가 넘는 점 이 두 가지가 이번에 주목할 상황이고. 상어 종류도 늘고 개체 수도 늘고 있다. 수온 상승의 영향이다."
- 동해안에서 출현한 것이 큰 변수는 아닌가?
"아니다. 내가 상어 연구 처음 시작할 때에도 20여 년 전부터 묵호 이런 곳에서 계속 나왔었다."
청상아리는 멸종 위기종, 국내 상어 연구도 활성화되어야
- 국제적으로 청상아리에 대한 낚시가 금지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맞는가?
"맞다. 청상아리가 세계적으로 여러 목적으로 잡히고 그러면서 멸종위기종이라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4~5년 됐다. 인위적으로 잡아서는 안 되는 종이다.
이번 건도 청상아리를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고 그물을 쳐놨는데 들어온 거다. 예전에는 청상아리 포획을 목적으로 낚시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금지되어 있다. 개체수가 워낙 줄어서 보호종이다."
- 국내 상어 연구자가 정말 드문데 이제 늘어야 하지 않을까?
"당연하다. 세계적 추세가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보호 쪽으로 가고 있다.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상어 보호 움직임이 활성화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7~8년 전부터. 굉장히 대응이 늦었다. 이런 대응이 활성화되려면 상어 학자들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부경대 쪽에서 젊은 학자들이 상어 연구를 준비하는 거로 알고 있다. 나도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석사 마친 제자들을 그쪽으로 보내고 강의 시간에도 상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젊은 학자들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상어 연구는 힘들고 위험해 일종의 '기피' 학문처럼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생태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상어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난 2017년 노바 사우스이스턴 대학 연구자들은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청상아리 40마리의 몸에 위성 태그를 부착해 청상아리의 어획 사망률을 측정 보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태그가 지정된 상어의 30%가 인간의 어업활동을 통해 포획됐다. 잡히지 않고 1년간 생존 확률은 72%, 그동안 보고된 청상아리의 어획 사망률보다 10배가량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은 상어들이 죽는 셈이다. 이제 상어 연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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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나타난 거대한 '청상아리'... 바다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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