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주 시인의 시집
시인의일요일
성은주 시인의 시에서 화자는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창을 닦습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리창을 닦는 행위에 화자가 집중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먼저 헝겊으로 닦았겠죠. 하지만 닦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헝겊이 소용이 없자 물방울을 떨어뜨려 닦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신통치 않습니다. 창을 닦으며 화자는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안쪽 때문일까 바깥쪽 때문일까'라고.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보통 안과 바깥, 양쪽의 문제에만 집중합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선과 악, 삶과 죽음, 진보와 보수 등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내 성향과 가장 가까운 것을 정답이라고 선택합니다. 그런데요 이 둘 중,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정답은 얼마나 될까요.
화자는 얘기합니다. '창문 없는 방을 떠올려보다가 혼탁해진 새 창을 새 창으로 갈아 끼웠다'고요. 가장 투명한 창은 '창이 없는 것 같은 창'인 것처럼, 화자의 불만족은 안과 바깥 그 어느 쪽에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였습니다.
해답이 없는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답이 없는 까닭은 문제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제시된 정답이 모두 오답일 때도 있습니다. 제가 시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었지만 해결할 수 없었던 까닭도, 여러분들이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리하자면, 창이 뿌연 까닭은 창의 안과 밖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창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 창을 바라보는 또 다른 창인 내 눈과 안경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창을 바꾸는 것이지만, 비용과 시간 등의 이유로 망설이게 됩니다. 그러다 저 뿌연 창에 익숙해지게 되면, 세상은 원래 뿌연 것이었다고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게 됩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성은주 시인은...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현재 한남대학교 강의전담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시집으로 <창>이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공유하기
창이 뿌연 것은 안과 밖, 어느 쪽의 문제일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