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실개천마을학교 체육교실
월간 옥이네
그네, 미끄럼틀, 시소가 펼쳐진 풍경. '놀이터'를 말할 때 으레 떠올리는 그림이다. 어린이에게 '진짜' 놀이터는 어떤 곳일까? 사실 모든 장소가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할 때 도로 위 횡단보도는 폴짝폴짝 뛰어갈 징검다리, 골목길은 미로 같은 탐험길,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쓰레기는 훌륭한 만들기 재료가 된다.
그러나 함께 놀 친구가 없다면? 도무지 흥이 나지 않을 테다. 함께 놀 친구 없는 재미없는 하루. 이들에게 가장 괴로운 날이다.
어린이가 놀이터를 좋아하는 것은, 그곳에 함께 놀 친구와 놀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만들어 놓은 대부분의 '놀이터'에는 친구도, 재미있는 놀거리도 없다. 이들에게 '진짜' 놀이터는 다른 곳일지도 모른다. 방과 후 어린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곳, 이들을 위해 마련됐다는 공간을 찾았다.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마련했다는 '진짜' 놀이터다.
실개천마을학교는 우리의 쉼터
어린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시간, 충북 옥천 죽향초등학교에서 가까운 실개천마을학교(구읍 복지회관 건물)를 찾았다. 책상과 의자가 놓인 공간, 신발을 벗고 들어가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구분됐다.
두 번째 공간을 들여다보니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본래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한 용도였을) 분무기를 들고 서로에게 칙, 칙 뿌린다. 분무기 세례를 피하려 눈을 꼭 감으면서도 깔깔깔 웃는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이곳은 어린이들의 열린 놀이터다.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매일 여기로 와요. 맛있는 간식도 먹고 친구들하고 놀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해요."
단짝 친구라며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잡는 김리아(9), 신유니(9) 어린이다.
"프로그램이 없을 때라도 가끔 시간이 남거나 갈 곳 없으면 여기로 와요. 다른 곳보다 편하고 재밌어서 좋아요." (신희성, 11)
"여기 오면 간식도 주시고 친구들, 형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아요. 주변에 놀 공간은 있어도 '진짜 놀 데'는 별로 없는데, 여기에서는 진짜 놀 수 있어요." (최현세,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