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여성
Samantha Gades/Unsplash
옷을 입는다는 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느낌과 분위기를 입거나 내가 원하는 느낌과 분위기를 입는 것. 어떤 아이템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아이템을 입었을 때 표현되는 느낌과 분위기를 내가 좋아하거나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옷을 입는다'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어떤 느낌을 주는 사람,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옷을 입는 것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옷을 표현할 때면 이러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수식어가 필요하다. 부드러운, 딱딱한, 자유로운, 보수적인, 밝은 등으로 옷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표현하며 갖고 있는 옷의 그런 느낌을 파악할 수 있을 때 분석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표현을 하다 보니 3~4년 전부터 생긴 고민이 있는데 여성적인(feminine), 남성적인(mannish), 소녀 같은(girlish), 소년 같은 여성(tomboy) 성 편향적 단어의 사용이다.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신체 그리고 예전부터 강조되어온 성으로 구분된 이미지는 옷차림이나 패션에 쉽게 사용되어 왔다. 곡선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과 직선이 주는 딱딱한 느낌은 여성의 신체(곡선)와 남성의 신체(직선)에 빗대어 설명할 때 이해가 쉬우며 꽃무늬 패턴은 상대적으로 단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패턴이므로 '여성적인 디자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여성성과 남성성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남녀 공용(후드 티셔츠, 면바지, 청바지, 점퍼 등)의 옷을 유니섹스(unisex)라고 했다면 이제는 젠더리스(genderless)라고 해서 아예 남성이 입어도 되고, 여성이 입어도 되는 성의 구별이 의미 없는 옷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SPA 브랜드가 woman과 man의 영역을 구분해 옷을 판매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섞어놓고 파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필자는 가끔 ZARA MAN에 가서 청바지를 구매하기도 한다.
'여성적인, 남성적인'을 수식어로 썼을 때의 편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혹은 '소녀 같은, 소년 같은' 수식어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편향적 이미지를 습득(어쩌면 지금 내 세대까지일 수도)하고 있으므로. 굳이 다른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뭔 말인지 알지?'를 시전할 수 있는 하이패스 통행 단어인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머릿 속에 '편향적인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자의 옷은 거의 유니섹스로만 이루어져 있다. 원피스만 없다면 남자 옷장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는 맨날 '예쁘게 좀 입고 다녀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여기서 예쁘게란 '여성적인 스타일도 가끔 입어라'는 말이란 것을 딸은 알고 있다.
젠더리스 시대에는 여자가 여성스럽게 입지 않는다고 이상한 것이 아니듯, 남자 역시 남성스럽게 입지 않는다고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 두 가지는 '여자는 이렇게 입고 다녀야 해!'라던가 혹은 '남자는 이렇게 입어야 해!'라는 정답과 공식이 있을 때 가능한 말이다.
옷차림에도 성의 구분이 없어지고 젠더리스화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이 구분되는 패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성적 구분이나 성 편향적 사고가 옅어지는 것일 뿐.
이미 편향적 사고가 굳어졌기 때문에 기존의 단어를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여성은 좀 더 넓고 다양한 패션을 경험할 권리와 자유가 있고(이건 남성도 마찬가지) 기존의 단어 사용이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고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강사로서, 코치로서 가져야 할 태도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여성스럽다'는 말을 참 많이 썼던 것 같다. 강의할 때나, 코칭할 때나 '프릴이 여성스러워요', '연분홍색이 의뢰인의 여성스러운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등 의미 전달이 확실하기 때문에 쉽게 썼지만 이제는 대체할 수 있는 단어로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옷차림이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말,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이 점점 적어지는 사회, 여성스러운 게 뭐죠? 남자다운 게 뭐죠? 라는 확장된 세계로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Shall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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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경영 코치. 실패와 낭비를 줄이는 주체적 옷입기 <선순환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노트] 쇼핑 오답 노트 / 영화 4줄 리뷰 노트 / 작심삼글 글쓰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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