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군수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마주한 최영일 순창군수 당선자는 "중압감, 무게감, 책임감 등으로 마음의 부담이 크다"면서도 대화 내내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육상
전북 순창군수에 무소속 기호 4번으로 출마한 최영일(51) 후보가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최기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지역에서는 최영일 당선자가 오로지 개인 역량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을 깼다고 평가한다.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이 지난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순창군민을 대상으로 사흘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무려 82.0%에 달했다(여론조사는 전북 순창군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우리가 점령군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영일 순창군수 당선자가 군수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7일 처음 대면한 인수위원들에게 제일 먼저 언급한 내용이다. 최영일 당선자는 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31일 선거운동 마무리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순창 군민들은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바라고 있다, 그 열망을 받들어 젊은 군수를 뽑아서, 우리 순창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최영일을 뽑아보자 라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저는 그 뜻을 받들어서 순창 군민들이 열망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최영일 당선자는 당선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지난 11일 순창군여성생활체육대회와 12일 순창농요금과들소리 현장 공연장, 16일 재경순창군향우회여성위원회 봉사활동 현장 등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돼 연이어 열린 행사장에 당선자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순창읍 행복누리센터에 위치한 인수위 사무실에서 최영일 당선자와 마주 앉았다. 다음은 최영일 당선자와 1시간 20분간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당선되고 20일이 지났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딱 3일 좋았고, 3일 이후부터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군민들께서 무소속 젊은 군수를 선택해 주셨잖아요. 저에 대한 기대도 크시고 변화를 바라는 것도 크신데, 지금은 어떻게 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중압감, 무게감, 책임감 등으로 마음의 부담이 큽니다."
- 무소속 군의원 당선 때부터 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아요. 순창군의원, 전북도의원, 순창군수 이렇게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왔는데 정치에 입문하던 16년 전을 생각해 보면 어떤가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이 길이 저의 숙명이 아니었나 싶어요. 처음엔 '정치'에 '정'자도 몰랐고, 또 정치를 하려고 생각도 안 했어요. 열심히 농사짓고 살았는데, 어느 날 형님들이 군의원을 하라는 거예요. '아니 군 의원이 뭐 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런 거 못 한다'고 했었는데, 무소속으로 군의원에 당선되며 '무명의 반란'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최영일 당선자는 군의원 재선, 도의원 재선, 군수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도의원 2번을 제외하고 총 5번의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차례 당선됐다. 무소속 군수 후보로 출마하며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은 없었는지 물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계속 얘기했었어요. 후보자의 정체성, 당에 대한 기여도, 당선 가능성, 의정 활동, 도덕성 이것이 계량화, 수치화 돼 있어요. 제가 하나 걸릴 게 있다면 도덕성인데, 저는 당 대표한테 1급 포상을 받아서 15점 가점이 있어요. 내부경선에서 배제될 사유가 단 1%도 없었어요. 정량 평가로 배제가 됐다면 받아들였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심하기 전에 평생 울 걸 반절을 울어버렸어요. 억장이 무너졌죠."
- 선거운동 마지막 날 유세 때 군민들에게 반드시 민주당에 복당하겠다고 말했어요.
"민주당 당헌당규에 탈당한 지 1년 안에는 복당이 안 돼요. 1년 후에 논의해봐야 할 사항인데,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을 안 하고 또 과거의 것을 발목 잡아서 간다면 다시 생각을 해봐야죠. 제가 잘못했음에도 군민들께서 저를 선택해 주신 데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큰 교훈을 얻었으니까 저를 더욱 엄격하게 다스려야죠."
- 수의계약 총량제를 공약하셨는데요.
"지역 개발 사업, 소규모 주민 숙원 사업이 면별로 10억 작으면 7억, 8억 이런 게 있어요. 마을 농로 포장 2000만 원, 마을 수로관 공사 1000만 원 등 수의계약 하고 나면 돈이 남아요. 남는 돈은 반납해서 예산을 재편성해야 해요. 그런데 현재 특정 면 두 곳에서 임의대로 몇백만 원씩 쪼개서 전부 나눠준 거예요. 제가 당선된 이후든 선거 전이든 잘못된 일이죠. 군수에 취임하면 감사를 시킬 생각이에요. 수의계약 총량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