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묵 시인의 시집
시인의일요일
개그맨이란 웃음을 안겨다 주는 직업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웃길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아파도, 내가 슬퍼도, 내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웃음만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어지는 시 '개그맨 2'에서 화자는 말합니다. '저 오늘 떠납니다. 더는 사람들을 못 웃기겠어요. 공원 광장에서 미숫가루를 뒤집어쓰고 가슴을 팡팡 치면서 헐크 흉내를 내 보기도 했고, 전철 안에서 1.5리터짜리 콜라를 단숨에 마시고 트림을 꾹 참아도 봤는데, 사람들이 안 웃어요'라고요.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웃지 않고 사람들에게 이런 대답만 듣습니다. 젊은 사람이 길에서 이러지 말라고. 고통을 참는 것은 개그가 아니라고. 시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웃음이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시에서 말하는 웃음의 목록에서 웃음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까요.
목록 중 제 눈에 먼저 들어온 웃음이 있다면, '비밀리에 웃음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웃음'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웃음입니다. 웃음을 위해 웃음 치료를 받았다니요. 왜 그는 웃음 치료를 받았던 것입니까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에게 웃음은 '즐기는 웃음'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슬픔과 기쁨의 이종교배로 태어난 웃음'도 눈에 들어옵니다. 왜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과 기쁨의 이종교배라고 말한 것일까요. 웃음을 만들기 위해 기쁨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슬픔까지도 갈아 넣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친인척의 부고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빠질 수 없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방송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속으로는 눈물이 강처럼 흐르지만, 겉으로는 그 어떤 근심이 없었던 사람처럼 환하게 웃어야 하는 웃음, 이러한 웃음은 또 어떤 웃음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지.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임경묵 시인은...
안양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성장했습니다. 200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체 게바라 치킨 집』 등이 있습니다. 수주문학상,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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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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