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관련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키우는 식물들의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요즘의 새로운 일과다.
장순심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이틀을 보냈고 드디어 배송된 방충제를 뿌렸다. 뿌리파리들이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에는 무해하고 벌레만 죽인다는 말을 믿고 충분히 분무해 주었다. 일주일간 부지런히 뿌리니 뿌리파리는 많이 진정된 것 같았다. 더불어 화분마다에 설치한 끈끈이에는 뿌리파리가 많이 달라붙어 있었다. 흙에서 기어 다니던 것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뿌리파리로 인해 때아닌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음엔 어떤 해충이 또 등장할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잔뜩 예민해져 있다. 식물에 생기는 병해의 원인으로 진딧물이나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와 고온 다습할 때 발생하는 세균, 대부분의 식물 병의 원인인 곰팡이균을 꼽는다고 한다. 벌레라고 하면 마음부터 불안해지지만,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이 괴로운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무엇보다 모든 병은 초기 발견이 중요하기에 평소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식물을 돌보는 것도 사람 돌보듯
식물을 키우며 몰랐던 것들을 날마다 알아간다. 아들을 비염으로부터 조금이라도 해방시켜 보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식물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 같다. 모든 돌봄이 그렇듯이 식물을 돌보는 것도 사람을 돌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찬찬히 살피고 이상 신호를 발견하는 즉시 처치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생육 환경이 좋은 것인지, 정성이 통한 것인지 식물은 뿌리파리의 위협 속에서도 매일 새 잎은 낸다. 어느새 잎이 촘촘해진 화분은 이발하듯 가지를 치거나 잎을 정리해 준다. 가지치기는 과감하게 하라는 말에 햇빛과 잎의 밀도를 고려해서 잘라낸다. 죽거나 시든 가지의 상한 부분도 잘라내고, 화분에 비해 웃자라거나 잎이 많아 보이면 가지를 쳐서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신경도 쓴다.
식물 관련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키우는 식물들의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요즘의 새로운 일과다. 식물과의 애정 넘치는 대화는 여전하다. 나갔다 올 동안 잘 지내기를,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으며 들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기를, 비 오는 날의 습도를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
며칠 장맛비가 내리더니 다시 쨍한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공기 중에 습기가 가득할 때는 물을 주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주말의 뜨거운 햇살에 화분의 흙도 마른 듯하여 물을 듬뿍 주었다. 이 여름의 무더위도 함께 잘 견뎌보자고 말을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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