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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애끓는 호소문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 33] "지하를 감옥에 두고 사는 우리 가족의 생활이란 무덤과 같습니다"

등록 2022.07.13 15:47수정 2022.07.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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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지학순 주교의 재판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톨릭시보>와 구속 중이던 김지하 시인. 1974년 지학순 주교의 재판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톨릭시보>와 구속 중이던 김지하 시인.
1974년 지학순 주교의 재판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톨릭시보>와 구속 중이던 김지하 시인.1974년 지학순 주교의 재판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톨릭시보>와 구속 중이던 김지하 시인.가톨릭시보·작가회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하면 한 가정이 망가진다. 김지하의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1976년 2월 16일 김지하의 어머니 정금성은 <헌 옷만 껴안고 울기만 합니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유신시대 구속자 가족들은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구속자가족협의회를 만들어 집단으로 대응했다. 김지하의 어머니도 여기에 참여하여 활동했다. 가정주부들이 차츰 민주투사가 되어 반독재 저항운동에 나서게 되고, 5공체제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였다. 

정금성의 호소문 한 가닥이다.

한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면 그 가정은 죽음의 집처럼 모든 것이 우울하고 음산한 초상집이 되게 마련입니다. 지하가 감옥에서 처음 상면한(김지하는 감옥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긴급조치 1, 4호 때는 면회가 허용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재롱을 피워도 그 재롱은 끝내 우리 모두를 울려놓고 맙니다. 그 아이가 점점 자라 아빠를 찾을 때면 온 가족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지하를 감옥에 두고 사는 우리 가족의 생활이란 무덤과 같습니다. (주석 6)

시국사범과 양심수 중에서도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 피의자 가족들은 2중 3중의 곤욕을 치러야했다. 간첩ㆍ빨갱이 가족으로 낙인되면서 이웃이나 자녀들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부는 지하가 공산주의자라는 책자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정보부에 연행되어 갔던 신부, 목사, 지성인, 학생들에게도 그 책자를 읽게 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그 책자를 외국말로 번역하여 뿌렸다고 합니다.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많은 분들이 지하와 저희 가족들을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야 어떻든 앞이 캄캄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그와 같은 선전이 사실이 아님을 속으로만 굳게 믿었습니다. (주석 7)
지난 76년 3․1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김대중 선생이 투옥되자 윤보선 전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 이희호 여사, 김홍일․김상현․권노갑씨 등은 김대중 선생과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7, 80년대 고난을 함께 한 김홍일씨와 김홍업씨를 총재의 아들을 떠나서 '동지'로 여긴다. 지난 76년 3․1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김대중 선생이 투옥되자 윤보선 전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 이희호 여사, 김홍일․김상현․권노갑씨 등은 김대중 선생과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7, 80년대 고난을 함께 한 김홍일씨와 김홍업씨를 총재의 아들을 떠나서 '동지'로 여긴다.
지난 76년 3․1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김대중 선생이 투옥되자 윤보선 전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 이희호 여사, 김홍일․김상현․권노갑씨 등은 김대중 선생과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7, 80년대 고난을 함께 한 김홍일씨와 김홍업씨를 총재의 아들을 떠나서 '동지'로 여긴다.지난 76년 3․1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김대중 선생이 투옥되자 윤보선 전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 이희호 여사, 김홍일․김상현․권노갑씨 등은 김대중 선생과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7, 80년대 고난을 함께 한 김홍일씨와 김홍업씨를 총재의 아들을 떠나서 '동지'로 여긴다.
 
독립운동가나 민주인사들은 자신의 신념으로 고난의 길을 택하기에 탄압ㆍ옥고ㆍ고문을 극복하지만 가족의 경우는 평범한 시민에 속한다. 조국해방ㆍ민주회복ㆍ반독재 투쟁의 거대 담론보다 가족의 소소한 행복과 안전을 우선한다. 김지하의 어머니도 다르지 않았다.

입던 옷을 찾기 위해 옷을 찾는 신청을 하면 더러워진 옷이 나옵니다. 냄새도 맡아보고 끌어안아도 보고 새 옷보다 더 소중히 간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양말을 유심히 살펴보면 언제나 바닥이 헤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매일 건강을 위하여 좁은 방에서 뛰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도 안 받아줘, 성경도 안 받아줘, 접견도 안 되니 먹고 자고 할 일이라고는 뛰는 일과 기도하는 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저희 가족들은 또 한 번 눈물바다를 이루고 맙니다. 다섯 자가 넘는 높다란 담 저편에 내 아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구치소 주변을 하루 종일 맴돌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주석 8)


감옥에 갇힌 수인보다 밖의 가족, 부모ㆍ배우자ㆍ자녀들의 아픔이 더 짙은 것이다. 그래서 간절하게 소망한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고문입니다. 신자에게 성경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욱 엄청난 고문입니다. 원하옵건대 지하에게 성경이 들어가게 할 수 있도록 신ㆍ구교 성직자 여러분들께서 노력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간청하오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몸이 아파서 자리에 누웠다가도 아들이 나올 때까지는 살아야지 하며 결심을 하고 눈물을 삼키며 구치소와 원주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한 어머니의 심정을 깊이 통찰하여 주시기 바라면서 주님의 뜻이 이 누리에 널리 밝게 퍼지도록 성직자 여러분들의 활동이 있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주석 9)


주석
6> <암흑 속의 횃불(2)>, 185쪽,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1996.
7> 앞의 책, 186쪽.
8> 앞의 책, 187쪽.
9> 앞의 책, 188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지하 #시인김지하평전 #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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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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