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름표를 꾸미고 있다.
정우목
필자는 <흥미로운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글, 한복, 한옥, 위치 등과 같은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배울 수 있는 퀴즈, 활동지와 함께 딱지치기,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한글 이름표 꾸미기, 인사하는 방법 등과 같은 활동 위주의 활동을 준비해갔다.
한국과 독일의 문화는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한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나라였다. 추후에 진행된 설문 결과 모든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이번 활동이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학생들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국어로 인사를 했을 때 참여자로서 한국의 존재도 몰랐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한국에 대해 알게 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
학생들뿐 아니라 현장 교사와의 대화는 다른 측면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교실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중에 '욱일승천기'의 모습을 한 깃발이 나의 눈에 띄었다. 깃발 중앙의 빨간 원을 중심으로 빨간 줄기가 퍼져 있는 모습이 '욱일승천기'를 연상시켰다. 교사와 그 깃발들에 대한 설명서를 읽어도 그 깃발만 안내가 돼 있지 않았다.
나는 욱일승천기의 모습을 교사에게 보여주며 이것이 한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줬다. 교사 역시 그 깃발을 교실에 전시하는 것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그 깃발을 그 자리에서 제거해줬다. 독일에 살면서 '욱일승천기'를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개인적이라도 그들과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다. 어디서든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민족의 국가'라는 정체성은 먼 이야기가 됐다. 특히 행정 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율은 꾸준히 늘어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한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엔 비율 4.1%로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전체 인구의 5%)에 따른 다문화다〮인종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2021년 국가교육통계 센터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약 3%(16만56명)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불릴 만큼 타문화에 대한 개방성 및 인식이 발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인종 차별이나 문화 전유(Cultural appropriation)가 무비판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일상에서나 미디어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을 이상한(또는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인종 차별이라고 여겨지는 '블랙 페이스'가 개그 소재로 아무렇지도 않게 활용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족, 이슬람, 난민, 중국인' 등에 대한 악인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아무렇지 않게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